대청호반길 주민원정대가 20일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에서 새 둥지 설치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자연을 가꾸고 보호하면 코로나19 같은 질병을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청호반길 주민원정대원이 사다리에 오르더니 통나무 새 둥지를 나뭇가지에 달았다. 새 둥지는 여린 이파리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반짝이고 봄바람에 흔들렸다.
새 둥지 설치 행사가 열린 20일 오전 대전시 동구 마산동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호반낭만길은 상쾌하고 청명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공간 꼬시꼬시·대전 동구보건소 건강생활지원과가 주관하고 대청호 안아감 마을 주민과 대전환경운동연합, 한국철도, 대청호 사진작가 모임 ‘빛그림이야기’가 함께 했다. 이들이 새 둥지를 설치한 것은 자연을 가꾸고 보호하면 코로나19 같은 질병을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새 둥지는 안아감 마을 주민들이 대청호에 떠다니는 버드나무와 붉나무를 건져 만들었다. 주민들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새 종류에 따라 몸집이 다른 점을 참작해 새집 입구를 크게도, 작게도 뚫고 내부 깊이도 달리했다. 이렇게 새 둥지 100개를 제작했다. 안아감 마을 주민이자 꼬시꼬시 대표인 박석신 한국화가는 “성냥갑 같은 새집이 아니라 새들의 특성에 따라 만든 둥지여서 새들이 좋아할 것 같다. 숲 속에 둥지 입구를 산책로 반대 방향으로 해서 매달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설치한 둥지는 20개다. 나머지 80개는 주민원정대가 행사에 앞서 여러 차례 나눠 달았다. 코로나19 때문에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없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전망데크 주변의 새 둥지는 이틀 만에 곤줄박이가 이사 왔다.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오른쪽 앞줄 첫 번째), 박민자 대전 동구의회 의장(두 번째), 김지윤 동구보건소 직원(세 번째)이 새 둥지를 매달고 있다.
“자연은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해 정서를 치유합니다. 당연히 바이러스로부터 사람을 지켜주는 구실도 할 거예요.” 최병옥씨(대청호 사진작가 모임)가 말했다. 대청호반길 주민원정대는 2018년 창단한 이래 대청호반길 7개 코스, 13개 지점의 문화·예술·역사를 발굴했다.
황인호 대전 동구청장은 “이곳은 <술픈연가> 등 드라마와 영화 6편의 배경이 될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고 쇠딱따구리, 파랑새 등 23종의 새가 서식하는 아름다운 곳”이라며 “환경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이 행사가 감염병을 이기고 건강한 일상을 되찾는 디딤돌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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