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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강원

할매의 삶, 예술이 됨

등록 2022-08-30 16:29수정 2022-08-30 16:47

황둔초교 창평분교에 문화예술공간 ‘할매발전소’
젊은 예술가 10명, 할머니들과 전시회 준비
“할머니들 삶의 무늬 속 강인하고 아름다운 에너지”
할매발전소 개관전이 9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옛 황둔초등학교 창평분교에서 열린다. 사진은 할머니가 자연을 아우르는 존재임을 표현한 작품으로 실제 할머니의 삶의 요소들을 디지털 콜라주 재료로 사용했다. 로컬리티: 제공
할매발전소 개관전이 9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옛 황둔초등학교 창평분교에서 열린다. 사진은 할머니가 자연을 아우르는 존재임을 표현한 작품으로 실제 할머니의 삶의 요소들을 디지털 콜라주 재료로 사용했다. 로컬리티: 제공

“가만 둔눠서(누워서) 있으면 세월이 가요? 사람이 모여야지, 그래야 이야기가 있지요. 할매발전소 구경 한번 오세요.”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에 사는 안호녀(83) 할머니.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신들의 숲’이라고도 불리는 신림은 주위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원주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다. 18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해 65년 동안 신림에 살면서 혹독한 가난과 고난을 이겨낸 그가, 그리고 안 할머니와 같은 고된 삶을 살아온 동네 할머니들이 ‘할매발전소’를 통해 예술가로 변신했다.

할매발전소는 지역 기반 문화 콘텐츠를 제작해온 ‘로컬리티:’가 자투리 공간이던 황둔초등학교 창평분교를 문화예술공간으로 꾸몄다. 강원도·강원문화재단이 후원했다. 이 공간에서 ‘로컬리티:’는 지난해부터 젊은 예술가 10여명과 지역 할머니들과 함께 전시회를 준비해왔다.

9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진행되는 할매발전소 개관전에서는 할머니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 14점과 할머니의 밥상과 춤 등 삶을 담은 영상작품 4편, 미디어아트·광섬유를 접목한 설치예술 작품 2점 등을 만날 수 있다. 김영채 ‘로컬리티:’ 대표는 “전시회에서 할머니들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지만 자유로운 춤 등을 선보이는 공연자로서 직접 예술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 할매발전소에서 할머니들의 삶의 무늬를 들여다보며, 그 속에 담긴 강인하고 아름다운 생의 에너지로 지친 마음에 공명과 위안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할매발전소 개관전이 9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옛 황둔초등학교 창평분교에서 열린다. 할머니들의 자유로운 춤을 전시로 표현한 `마고 무도장' 모습. 로컬리티: 제공
할매발전소 개관전이 9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옛 황둔초등학교 창평분교에서 열린다. 할머니들의 자유로운 춤을 전시로 표현한 `마고 무도장' 모습. 로컬리티: 제공

전시에 참여한 이은경 작가는 “할머니들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 학교가 이제는 온전히 그녀들의 무대로, 환상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특히 할머니들의 자유로운 춤으로 채워진 ‘마고 무도장’은 노인 세대의 콜라텍과 젊은 세대의 사일런트 디스코를 접목한 공간이다. 공간 속에서 세대 간의 간격이 지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계화(85)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싶어 남동생들 공부하는 거 들여다보기만 해도 어른들이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했어. 나이가 이만큼 들도록 너무 모르고 살았지. 학교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놀 수 있다니 너무 즐거워. 여태 살아도 젊은 사람들과 이런 일을 해보는 건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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