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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주조장엔 막걸리 대신 예술 향기…“지역 활력소”

등록 2022-03-27 18:43수정 2022-03-28 02:00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된 주조장
가수 윤선애씨 등 공연 '앙코르'
전남도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덕
지난 26일 오후 전남 담양군 담양읍 해동문화예술촌 오색동에서 가수 윤선애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정대하 기자
지난 26일 오후 전남 담양군 담양읍 해동문화예술촌 오색동에서 가수 윤선애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정대하 기자

강풍 속 세찬 봄비가 그친 26일 오후, 전남 담양군 담양읍 해동문화예술촌을 찾았다. 붉은 벽돌 기둥에 남은 현판은 이곳이 과거 막걸리 주조장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해동문화예술촌은 이날 오색동에서 ‘앙코르 해동’ 첫 무대로 가수 윤선애의 공연을 선보였다. 오색동은 옛 주조장 터에 있던 옛 담양읍교회 예배당 건물이다. 서울·광주 등지에서 온 관객 50여명은 공연 내내 자연스럽게 공간에 스며들었다. 가수 윤선애는 “노래하기 참 좋은 공간이다.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해동문화예술촌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탄생한 건 2019년이다. 전국 주조장(양조장)은 1980년대 후반 읍면 단위로 번창하다가, 이후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1965년부터 운영됐던 해동주조장도 2010년 4월 폐업했다. 담양군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뛰어들었다. 담양군은 해동주조장 옆 담양읍교회와 옛 담양의원의 안채 건물을 추가로 매입해 공간을 확장했다. 주조장뿐 아니라 옛 양곡창고와 정미소 등까지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모였다.

효과는 관광 수입 이상이다. 해동문화예술촌은 지방자치단체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디딤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6월 개관 이후 방문객은 5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양초롱 해동문화예술촌 관장은 “옛 공간 3곳이 가진 노동(주조장), 쉼(교회), 나눔(의원)의 의미를 현대적인 예술정신(자율성·창조성·공공성)으로 재해석해 다양한 시각·공연 예술과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담양군은 지난해부터는 해동문화예술촌 안 해동식당 첫 사업 파트너로 청년들과 손잡으면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첫발도 뗐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청년 4명은 식재료로 담양 농산물을 쓴다.

전남도는 2014년부터 시작해 2020년까지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담양 담빛예술창고,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 광양 예술창고 등 노후시설 4곳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꾸었다. 해동문화예술촌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잠사 시설에서 2017년 10월 새 문화공간으로 변모한 나주 나빌레라문화센터도 최근 전시와 모임 등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전남도는 지난해 옛 장흥교도소, 나주정미소, 무안고, 담양 봉안 정미소 등 4곳을 신규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 옛 나주극장, 곡성 침곡역, 곡성 죽곡장터 등 3곳을 선정해 해동문화예술촌의 뒤를 잇게 할 계획이다. 전남도 쪽은 “담양 사례를 통해 낡은 공간이 갖고 있는 ‘서사’가 오히려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1990년 영업 중단 이후 방치됐던 나주극장을 매입해 ‘다시 나주극장’이라는 주제로 시민영상문화공간으로 만들거나 1936년 일제강점기에 산림자원 운송 목적으로 설치했다가 폐역이 된 침곡역을 섬진강의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만들어 지역 활성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안 아카이브관엔 막걸리를 통으로 담던 말통과 옛 소주병 등이 전시돼 있다. 해동문화예술촌 제공
전남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안 아카이브관엔 막걸리를 통으로 담던 말통과 옛 소주병 등이 전시돼 있다. 해동문화예술촌 제공

지난 26일 오후 전남 담양군 담양읍 지침1길 6에 있는 해동문화예술촌 출입문 입구에 해동주조장 간판이 걸려 있다. 정대하 기자
지난 26일 오후 전남 담양군 담양읍 지침1길 6에 있는 해동문화예술촌 출입문 입구에 해동주조장 간판이 걸려 있다. 정대하 기자

지난 26일 전남 담양군 담양읍 해동문화예술촌에서 열린 가수 윤선애의 공연. 정대하 기자
지난 26일 전남 담양군 담양읍 해동문화예술촌에서 열린 가수 윤선애의 공연. 정대하 기자

전남 담양군 담양읍 해동문화예술촌 마당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 해동문화예술촌 제공
전남 담양군 담양읍 해동문화예술촌 마당에서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 해동문화예술촌 제공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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