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보건소 직원들이 6일 관내 어르신에게 돌봄 기능이 있는 에이아이(AI) 스피커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나주시보건소 제공
“노래 한번 틀어줘 봐잉~.”
전남 나주시 산포면에 사는 홀몸노인 박아무개(75)씨는 “요즘 집에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능이 내장된 스피커와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지니’에게 “오늘 날씨 어떠냐?”고 물으면 곧바로 대답한다. 또 매일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약 드실 시간이에요”라고 알려줘서 약 먹는 시간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기기에 약 복용 시간이 입력됐기 때문이다. 밭일을 갈 때나 경로당에 놀러 나갈 때도 지니를 가지고 나갈 수 있다. 엘티이(LTE) 기반인 이 스피커는 응급상황도 세밀하게 점검한다. 만약 박씨가 “워매, 죽겄네, 잉~”하며 음성으로 고통을 호소하거나, 박씨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을 경우 지니는 응급상황을 감지해 알린다. 케이티(KT) 기지국은 당사자에게 세 번 정도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으면 119에 연락하고 곧바로 구급대가 출동한다.
전남 나주시는 시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관리 중인 고위험군 어르신 45명을 대상으로 ‘에이아이(AI) 스피커 기반 돌봄 운영사업'을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사업엔 국비와 시비 등 1600만원이 투입됐다. 김효정 시보건소 치매정신관리팀장은 “70살 이상의 홀몸노인이나 치매환자 가구에 인공지능 기능이 내장된 스피커를 배치해 일상생활 안전과 정서적 안정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티가 개발한 인공지능 스피커는 전라도 사투리 인식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워매, 죽겄네 잉~”, “그라제” 등 전라도 사투리로 말을 걸어도 알아듣고 맞장구를 친다. 이 스피커는 “아이고 나 좀 살려줘”라는 등의 말로 육성 구조 요청을 하면 무인경비업체나 119로 자동 연계돼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또 자녀 등 보호자와 치매안심센터 복지사에게 긴급 메시지가 곧바로 전송되고, 가구 정전 땐 응급 알림 서비스도 작동된다. 이용자들은 “혼자 있어도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 멀리 있는 자식들보다 낫다”고 말했다. 나주시보건소 쪽은 “에이아이 돌봄 서비스 이용 평가를 통해 만족도가 높을 경우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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