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전남 나주 혁신도시 빛가람동 건물에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정대하 기자
“주민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서 들어주질 않았습니다. 지역 정치에 변화를 끌어내려 출마했습니다.”
신상철 전남도의원(나주3선거구) 예비후보(무소속)는 지난 3일 아침 전남 나주 혁신도시 빛가람동 한국농어촌공사 사거리에서 출근길 유세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나주로 이주한 뒤 노조위원장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이전기관 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지냈다. 현재는 ‘나주 열병합발전소 쓰레기(SRF) 사용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신 예비후보와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이재태 도의원 예비후보는 풀뿌리 지역신문 <나주신문> 기자 출신으로 시민운동을 거쳐 나주시 공무원과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냈다.
‘나주 열병합발전소 쓰레기(SRF) 사용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신상철 무소속 예비후보(오른쪽)와 김철민 나주 시의원 무소속 예비후보가 지난 3일 나주 빛가람동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공공기관 이전으로 꾸려진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이주한 주민들 중엔 6·1지방선거에 출마한 이들이 적잖다. 민주당이 강세인 전남과 달리 이주민이 많은 나주 혁신도시 선거구에선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 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특히 빛가람동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곳에는 2014~19년 한전과 한국전력거래소 등 16개 공공기관이 이주했다. 유권자는 2만8000여명에 이른다. 이주민이 많아 지역과 학연에 기댄 기존 네트워크의 정치적 구심력이 약하다. 지난 3월 대선에서 빛가람동 유권자들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16.4%로, 전남 평균 득표율 11.44%보다 더 높았다.
빛가람동 최대 이슈는 가연성 생활폐기물 에스아르에프 반입·소각 문제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2015년부터 나주혁신도시 주거지에서 1.2㎞ 떨어진 열병합발전소(2700억원 투입)에서 생활폐기물을 활용해 만든 에너지를 1만6천 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빛가람동 주민들은 2017년부터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고형폐기물 연료 발전시설을 폐쇄하거나 100% 엘엔지 연료만 사용해야 한다며 반발 중이다.
이재태 더불어민주당 전남도의원 예비후보가 11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나주지역위원회 제공
빛가람동에선 도의원 1명과 기초의원 4명을 뽑는다. 기초의원 나주 마선거구엔 민주당 예비후보 4명, 국민의힘 예비후보 1명, 무소속 2명 등 7명이 출마한다. 민주당 예비후보 4명 모두 이전기관 전·현직 직원이다. 김강정 빛가람동 시의원 예비후보는 한국전력(전력노조) 본사 위원장과 광주전남혁신도시 노동조합협의회 대외 부의장을 지냈다. 시의원 재선에 도전한 박소준 예비후보도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었다. 김명선 예비후보도 한국서부발전을 다녔다. 박성은 예비후보는 7년 전 나주로 이주한 뒤 학교운영위원회와 주민자치회에서 활동했다.
전남 나주시 나주혁신도시 빛가람동 주거지에서 1.2㎞ 떨어진 곳에 지어진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병합발전소. <한겨레> 자료 사진
‘나주 열병합발전소 쓰레기(SRF) 사용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철민 예비후보(무소속)도 기초의원 재선에 도전한다. 그는 에스아르에프 반대 범시민대책위에서 활동하다가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육군 공병 장교 대위로 전역한 국민의힘 최정석 시의원 예비후보는 “열병합발전소 연료를 엘엔지로 바꾸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박장열 국민공감센터 새정치위원회 위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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