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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3도 섬 주민들 ‘농토 탈환 350년 항쟁’ 판화에 담았죠”

등록 2022-06-09 18:52수정 2022-06-10 09:32

전정호 작가 7년 걸려 창작 84점
광주 은암미술관 20일까지 전시
신안군 하의도·상태도·하태도 농민
임진왜란 직후 시작해 1994년까지
피·눈물 얼룩진 ‘땅 되찾기’ 형상화
전남 신안군 하의3도 농민들의 350년 투쟁사를 판화로 제작한 전정호 작가. 은암미술관 제공
전남 신안군 하의3도 농민들의 350년 투쟁사를 판화로 제작한 전정호 작가. 은암미술관 제공
“모질게도 혹독하고 처참한 상황에서 흘렸던 민중들의 눈물이 있었고, 이에 굴하지 않는 그들의 의지가 있었어요. 그들은 그 땅이 자신들의 것이었기에 쓰러질 수 없었지요.”

전라도 하의3도 농민들의 350년 농지 탈환 역사를 판화 작품으로 제작한 전정호(62) 작가는 8일 “진즉 작업을 해야 했는데 늦었다. 후련하고 빚을 갚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일까지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바다를 건넌 사람들> 전시회를 열어 하의3도 7·7항쟁 연작 판화 84점을 선보인다. 하의3도는 전남 신안군 하의면 하의도와 신의면 상태도, 하태도 3개 섬을 말한다.

신의면이 고향인 전 작가는 2015년께부터 3년간 역사 자료를 찾고 구순 노인들의 구술을 채록한 뒤 4년간 판화 작업에 매달렸다. 미군정기였던 1946년 7월7일(음력) 섬 농민들이 소작료를 징수하는 신한공사(일제 귀속재산 관리 회사) 하의지부를 불태우며 저항했던 7·7농민항쟁은 하의3도 토지 탈환 투쟁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전정호 화가. 은암미술관 제공
전정호 화가. 은암미술관 제공
`갯벌을 바라보다'라는 제목의 판화 작품. 은암미술관 제공
`갯벌을 바라보다'라는 제목의 판화 작품. 은암미술관 제공
하의3도 농민항쟁의 씨앗은 1623년 임진왜란 직후 선조가 맏딸 정명공주와 결혼한 홍주원에게 하의3도 간척지 20결(약 7만8천평)을 4대손까지 세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전 작가는 “임진왜란 이후 농민들이 섬에서 토지를 간척하면 그들의 소유가 됐다. 그런데 풍산 홍씨 집안에서 4대가 지난 후에도 땅과 징수권을 반환하지 않고 농민들이 새로 개간한 땅까지 소작료를 물렸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던 이 토지는 미군정 때에는 군정에 귀속됐다가 1956년 불하 형식으로 평당 200원에 유상분배됐지만, 토지 등기이전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1993년 신안군의회가 나서 600필지 등기이전 작업을 추진해 1994년 토지 소유권이 주민에게 돌아갔다.

전정호 작가의 판화 `정명공주' 작품. 은암미술관 제공
전정호 작가의 판화 `정명공주' 작품. 은암미술관 제공
전 작가는 350년 하의3도 토지 탈환 투쟁기 역사를 140점가량의 판화 작품으로 형상화한 뒤 84점을 골랐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기득권 세력과의 투쟁, 해방 이후 신한공사와의 싸움, 간척지 농토를 빼앗긴 농민들의 슬픔 등 네 섹션으로 나눠 전시한다. 그간 주로 회화 작업을 해왔던 전 작가는 “판화는 간결하고 내용 전달이 뚜렷해 표현에 힘을 갖고 있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하의3도 농민들의 항쟁사를 표현하는 데 판화가 제격이라고 생각해 목판을 깎고 다듬었다”고 말했다. 전 작가는 11일 오후 1시부터 은암미술관 2층에서 1시간 동안 판화 작업을 시연하며, 시민들은 미리 전화(062-226-6677)로 접수하면 판화를 직접 찍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전정호 작가의 판화 `분노'. 은암미술관 제공
전정호 작가의 판화 `분노'. 은암미술관 제공

전정호 화가가 1987년 4학년 재학 때 이상호 화가와 함께 그린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
전정호 화가가 1987년 4학년 재학 때 이상호 화가와 함께 그린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
전 작가는 “아름다운 남도의 풍광보다는 사회 변혁을 주제로 한 창작 활동을 해 온” 민중화가다. 그는 1987년 조선대 미술대 4학년 재학 때 이상호(62) 화가와 함께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를 제작해 미술인 최초 국가보안법으로 구속 수감돼 고초를 겪었다. 그는 “민중미술을 하게 된 것은 숙명인 것 같다. 아무리 풍요로운 시대가 와도 소외당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앞으로도 작품의 방향을 민중의 삶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우리의 근대사 중 ‘반란’이나 ‘사건’으로 오역된 역사와 양민학살의 진실을 판화를 통해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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