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산구 서봉동 어등산 골프장 인근 유원지 조성 사업지엔 출입금지 팻말만 덩그렇게 설치돼 있었다. 정대하 기자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에 대형 복합쇼핑몰을 만든다는 신세계그룹의 계획이 공개된 뒤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애초 배정된 단지 안 상가 부지보다 4배나 더 큰 규모를 신세계 쪽이 언급해서다. 광주시가 신세계 바람대로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할 경우엔 재벌 특혜 시비도 뒤따를 수 있다.
21일 신세계프라퍼티 말을 종합하면, 신세계는 광주 광산구 서봉동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터 9만9173㎡(3만여평)에 약 8천억원을 투입해 ‘스타필드 광주’를 조성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대선 공약으로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을 내놓은 뒤 현대백화점에 이어 신세계그룹도 손을 든 모양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초 광주 북구 임동 일대에 대형 쇼핑몰을 짓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광주 현지에선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선이 적잖다. 어등산 관광단지에는 신세계가 발표한 규모의 쇼핑몰이 들어설 땅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시의 어등산 관광단지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어등산리조트가 어등산 단지에 조성해 운영 중인 골프장을 빼면,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수 있는 부지는 유원지 안 상가 시설 2만4170㎡(7311평)뿐이다. ‘스타필드 광주’ 예상 터에 견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신세계가 어등산 관광단지 안 상가 부지 확대를 전제로 복합쇼핑몰 추진 계획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계획 조감도. 광주시 제공
광주시가 신세계 바람대로 관광단지 조성 계획을 변경할 경우엔 또 다른 논란이 일 수 있다. 이른바 ‘재벌 특혜’ 시비다. 앞서 광주시는 민선 7기 때인 2020년께 유원지 터 안 상가 면적을 기존 계획보다 2배(4만8337㎡·1만4622평)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중소상인들의 반발로 중단한 바 있다. 이현민 복합쇼핑몰 광주광역시상인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시가 상가 면적을 더 늘려 유통재벌이 복합쇼핑몰을 짓게 하면 재벌 특혜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등산 상가 면적은 중소상인에겐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어등산 단지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짓는 것 자체가 공공개발 사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어등산 개발 사업은 45년간 국방부 포탄사격장이었던 곳을 유원지로 개발해 시민 휴식처로 조성하려는 개발 프로젝트다. 광주도시공사가 2006~2009년 어등산 단지 내 사유지(52%)의 58%를 헐값에 수용한 뒤 시가 개발제한구역을 풀 수 있었던 것도 공영개발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시 신활력추진본부 쪽은 “신세계프라퍼티 쪽과 어등산 복합쇼핑몰 건립과 관련해 사전 협의한 적이 없다. 어등산 단지 안 상가 면적 확대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만 말했다.
신세계프라퍼티 쪽은 “스타필드를 지으려면 최소 3만평 정도의 부지가 필요하다. 어등산 부지가 안 될 경우 1~2곳 정도 대체 부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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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어등산관광단지 ‘레지던시 호텔’ 건립 계획 두고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