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양파.이종근 선임기자
정부가 올해 양파 수입물량을 지난해의 6배 가까이 늘려 양파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양파 수입 물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이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되면서 농가 생존권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7일 양파의 시장접근물량을 지난해 2만645t에서 올해 11만645t으로 9만t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저율관세할당’이라고도 불리는 ‘시장접근물량’은 정부가 허용한 일정한 수입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이다.
양파 농가는 반발하고 있다. 농약값, 유류비, 인건비 등 생산비가 매년 상승하는 상황에서 수입물량 증가로 양파값마저 떨어지면 더는 농사를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밝힌 농업경영비는 지난해 기준 연간 2511만9000원으로, 전년(2422만9000원)보다 3.7%, 10년 전인 2012년(1846만1000원)보다 36% 상승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양파 생산량은 117만2848t으로, 지난해 119만5563t보다 1.9% 하락했다. 1㎏ 기준 올해 양파 소매가는 2074원으로, 1년 전(2601원)보다 20.2% 떨어졌다.
지난달 31일 박선준 전남도의원이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고흥군지회와 연 간담회에서 양파 농민들은 “생산비는 날이 갈수록 폭등하는데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과잉생산이라며 농민 탓으로 돌리고,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라치면 정부가 수입에 급히 나서서 가격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제대로 된 농업정책인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지난달 11일부터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연속 항의집회를 열었지만 정부는 농민 의견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날 안호영 민주당 의원실(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과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등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강선희 협회 정책위원장은 “올해 생산물량은 모두 농협이나 유통업자에게 넘어간 상황으로, 수입물량이 늘어 양파값이 떨어지면 이들의 저장분에 손실이 발생하고 결국 내년 수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결국 가장 힘이 없는 농민들이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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