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화경씨가 지난 5월부터 10차례에 걸쳐 ‘여성주의 글쓰기 강좌’를 진행했다. 사진 광주여성센터 제공
“각자 조금씩 써 온 글을 읽으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며 함께 울곤 했지요.” 광주지역 비영리 민간단체인 광주여성센터 한윤희 센터장은 24일 “여성들이 내면의 상처를 진솔하게 쓴 글을 엮어 <나에게 말을 걸다> 책으로 출간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5월 시작된 ‘나와 세상을 바꾸는 여성주의 글쓰기’ 프로그램은 지난 5월부터 10주동안 진행됐다. ‘2019 광주광역시 양성평등기금’ 지원으로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 17명 가운데 11명의 글이 책에 담겼다.
참가자들은 처음엔 ‘내가 쓸 수 있을까’, ‘어디까지 써야 할까’ 하며 글쓰기를 주저했다. 수십년동안 꽁꽁 숨겨 놓았던 내면의 상처와 아픔을 다른 여성들 앞에서 선뜻 꺼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소설가 이화경씨는 “뭐든지 쓰세요. 맞춤법이 틀려도 괜찮아요”라며 참가자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19~21세기 세상을 향해 주저없이 목소리를 냈던 수전 손택과 제인 오스틴 등 여성 작가 10명의 삶과 작품을 다룬 <사랑하고 쓰고 파괴하다>(2017)의 저자인 이 작가는 참가자들의 치유를 돕는 동반자가 됐다.
그래서 이 책엔 “혼자서는 절대 쓸 수 없는 글”들이 담겨 있다. 어렸을 적부터 괴롭혔던 가정폭력과 아들을 홀로 키우는 한부모 가정 가장의 갈등, 어린시절 이후 친구와 자매에게 느꼈던 미묘한 질투의 감정 등을 소재로 속마음을 한 줄 한 줄 글로 풀어 놓았다. 폭력의 상처가 남편을 만나면서 치유됐던 경험을 쓴 글도 있다. 한 센터장은 “참가자들이 점차 내면과 직면해 솔직하게 말하고 상처를 드러내면서 치유와 회복을 거쳐 더 당당한 ‘나’가 됨을 느낄 수 있었다며 서로를 다독였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글쓰기 프로그램’을 기획한 한윤희 광주여성센터장.
광주여성센터는 25일 오후 7시 광주시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북콘서트’를 연다. 책에 담긴 이야기 두 편을 골라 전문배우 박강의·김은숙씨가 마음 찡한 상황극으로 재연한다. 또 책에 필자로 참여한 여성작가 3명을 초청해 내면의 고통과 글쓰기를 통한 치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한윤희 대표는 “사소한 이야기일지라도 여성이 쓰고 기록으로 후대에 전해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세상을 바꾸는 의미있는 일이다. 귀한 글들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일상을 바꾸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062)430-6560.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