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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영상의학과 방사선사 ‘고용 세습’ 의혹

등록 2019-11-06 05:01수정 2019-11-06 07:56

고위직 4명 실장 재직 때 자녀 4명 채용돼
필기시험에서 7등했으나 면접 때 만점 받아
지역대학 방사선과 졸업생들에게 ‘꿈의 직장’
노조 “취업 기회 박탈하는 현대판 음서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지부가 지난 9월6일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전남대병원 채용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남대병원 노조 제공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지부가 지난 9월6일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전남대병원 채용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남대병원 노조 제공

‘아빠 찬스’와 ‘품앗이 면접’ 등 각종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던 전남대병원에서 수년 전부터 영상의학과 고위 임직원의 자녀들이 같은 부서에 채용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아버지가 영상의학과 실장 재직 때 바늘구멍을 뚫고 입사해 ‘고용 세습’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전남대병원 임직원 친인척 채용 현황’을 보면 전남대병원과 분원 화순전남대병원·빛고을전남대병원 영상의학과 고위직(보건직 2∼3급) 4명의 자녀 4명이 본원과 분원 영상의학과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하고 있다.

본원 영상의학과 전아무개(보건직 2급)씨의 딸은 2013년 10월1일 화순병원 영상의학과에, 화순병원 이아무개(2급)씨의 아들은 2015년 8월10일 본원 영상의학과에 입사했다. 또 본원 영상의학과 범아무개(3급)씨의 아들은 2018년 7월1일 화순병원 영상의학과에, 빛고을병원 영상의학과 김아무개(3급)씨의 아들은 올해 1월1일 화순병원 영상의학과에 합격했다.

이 가운데 전씨의 딸은 2011년, 2012년 채용시험에 지원해 두차례 떨어졌지만 전씨가 실장을 맡은 뒤 합격하는 등 영상의학과 고위직 4명 모두 자신이 실장직을 맡고 있는 동안 자녀가 채용됐다. 특히 범씨의 아들은 필기시험에선 7등을 했지만 면접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 2등으로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의학과 방사선사는 의대 교수가 맡는 1급(과장)을 제외하고 보건 6급에서 시작해 2급까지 진급할 수 있다. 2급은 본원과 화순병원에 1명씩 2명만 있는 고위직이다. 보통 2∼3급은 실장으로 불리는 방사선기술담당직(임기 2년)을 맡을 수 있다. 전남대병원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김아무개 전 사무국장의 아들이 2018년에 채용됐고, 올해 총무과장의 아들이 영상의학과에 합격한 점을 고려하면 2013년 이후 전·현직 고위직 자녀 6명이 모두 영상의학과 방사선사로 입사한 것이다.

해마다 300여명씩 배출되는 지역 대학 방사선과 졸업생들에게 연간 10명 안팎 채용되는 전남대병원 영상의학과는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국립대병원으로 임금이나 복지혜택 등에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또 이직이 잦은 간호직과 달리 노동 강도가 높지 않아 대부분 정년 때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비리 의혹에 대해 김혜란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남대병원지부장은 “공공기관이 청년층의 공정한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현대판 음서제’의 온상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사실 여부를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30일 전남대병원 등 병원 3곳과 전 사무국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남대병원 사무국장 업무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교체된 경위도 파악할 방침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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