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은 1980년 5월21일 밤 무장시위까지 벌어진 곳이지만 대흥사 들머리에 있는 5·18 표지석의 글씨가 흐릿해 읽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공간에 설치된 전남지역의 표지석과 안내판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가 이들 공간을 5·18사적지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뒤 시민들이 총으로 무장하려고 찾아갔던 화순의 한 지구대. 표지석은 골목길에 놓여 있다.
5·18 당시 고교생 시민군이었던 김향득 사진가는 “목포·나주·무안·함평 등 8개 시·군의 5·18 표지석(55곳)과 안내판(21곳) 등 모두 76곳을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점검한 결과, 대부분이 무관심 속에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5·18 역사공간 중 일부는 표지석이나 안내판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고, 후미진 곳에 ‘나홀로’ 서 있는 표지석도 상당수였다”고 17일 밝혔다.
전남 무안군 무안버스터미널 앞에 설치된 5·18 표지석. 표지석이 인도쪽이 아니라 찻길로 향해 있어 표지석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주변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 방치돼 있다.
해남은 1980년 5월21일 밤 무장시위까지 벌어진 곳이지만, 군청 앞과 대흥사 들머리에 있는 5·18 표지석의 글씨가 지워져 읽기조차 힘든 상태다. 같은 해 5월21일 밤, 무장한 시민들과 군인들 사이에 총격전까지 벌어진 목포에서도 5·18 표지석 관리가 부실하긴 마찬가지였다. 목포 석현동 삼거리 표지석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차도 옆에 들어서 있었다. 5월21일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뒤 시민들이 총으로 무장하려고 찾아갔던 화순의 한 지구대엔 5·18 안내판이 출입구를 등진 채 막다른 골목길에 설치돼 있다.
전남 해남은 1980년 5월21일 오후부터 광주 소식을 듣고 시위가 벌어졌던 곳인데도 군청 앞 5·18 표지석 안내 글씨가 흐릿해 읽기 힘든 상태다.
이는 전남도가 5·18 역사공간을 사적지로 지정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와 달리 광주시는 2005년 6월 ‘5·18사적지 보존·관리및 복원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내 5·18 관련 공간 30곳을 사적지로 지정한 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전남도는 2017년 8월에야 ‘5·18사적지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1980년 5월21일 1만여명이 운집해 신군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진 목포 석현동 삼거리에 설치된 5·18표지석. 표지석이 찻길 한가운데에 덩그라니 설치돼 있어서 시민들이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도내 5·18 민주화운동 관련지는 기존 8개 시·군 76곳에서 일부가 늘어 12개 시·군 87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남도는 “조만간 5·18사적지를 지정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관련 공간을 정비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김향득 사진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