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환(맨왼쪽)·홍순복(맨오른쪽)씨 부부와 5녀1남 자녀들이 1973년 전북 고창 선운사 나들이 때 찍은 가족사진. 갤러리아트14 제공
구순을 맞은 아버지를 위해 6남매가 특별한 선물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떠들썩한 잔치 대신 아버지가 취미로 그린 그림을 모아 생애 첫 전시회를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전남 담양군 갤러리아트14는 “16일부터 23일까지 김송환씨의 첫 개인전 ‘울아부지 취미생활’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이달 17일 구순을 맞는 김송환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자녀들이 마련했다.
구순에 화가 이름을 얻게 된 김송환씨. 갤러리아트14 제공
전북 고창 출신으로 한양대를 졸업한 김씨는 1959년부터 광주·영광·보성 벌교 등에서 교편을 잡은 뒤 88년 정년 퇴임했다. 평소 예술에 조예가 있었던 김씨는 광주에서 노년을 보내며 서예, 피아노 연주 등을 취미로 삼았다. 또 30여년 간 고향과 남도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본 자녀들은 3년 전 화실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김씨는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김씨는 이번에 개인전 또한 마다하려 했으나 “생일잔치를 대신해 특별한 추억을 만들자”며 자녀들이 설득에 나서자 마지못해 동의했다고 한다.
고향 고창을 비롯 남도 풍경을 그린 김송환씨 작품. 갤러리아트14 제공
이번 전시에 출품한 유화 13점과 사진 2점에는 평소 김씨가 남도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담겨있다. 노란빛으로 물든 들녘을 그린 그림은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항구에 모여있는 크고 작은 배 그림은 가족 간의 정을 담았다.
넷째딸 김경씨는 “3∼4년 전 심각한 지병을 앓았던 아버지는 그림을 그리시며 건강을 되찾으셨다.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이면 30여명인데, 코로나 때문에 큰 잔치는 열기 어려우니 아버지의 그림으로 전시를 열어 추억을 남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취미로 누적된 일상을 단아한 필로 그려내었을 뿐”이라고 쑥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박은지 갤러리아트14 대표는 “김씨는 정식으로 미술을 배우지 않았지만 독특한 구도와 원근감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소소한 일상 속 가족간의 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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