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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항’에서 베니스가 보였다

등록 2022-02-03 04:59수정 2022-02-03 09:22

착공 14년 만에 속살 드러낸 부산항 북항 재개발 현장
2008년 1단계 재개발 구간 기반시설 착공
일부 시설 미완공 속 5월 공원 전면 개방
2㎞ 길이 인공수로 따라 수변산책길 조성
부산역~공원 연결하는 보행데크 막바지 공사
지역경제 활성화·지방분권 마중물 기대감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 인공수로 상공에서 새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 인공수로 상공에서 새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와~. 새떼다.”

지난달 21일 오후 부산역 앞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한 무리의 바닷새들이 갑자기 허공에 나타나자, 삼삼오오 산책하던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새떼들에 눈길을 줬다.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기라도 하듯 새들은 1~2분 남짓 군무를 추더니 유유히 바다 멀리 날아갔다. 산책로 옆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던 차아무개(55)씨는 “이제는 지하철 1호선 부산역에서 걸어서 5~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이곳이) 내 앞마당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1876년 우리나라 최초 근대 무역항으로 개항한 부산항 북항이 시민 곁으로 돌아온다. 2008년 국내 항구 가운데 처음으로 북항 1단계 구간(153만㎡) 재개발사업에 나섰던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는 13년 만인 지난해 12월23일 공원지역(19만㎡) 가운데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 옆 2만6천㎡를 먼저 개방했다. 오는 5월로 예정된 공원 전역 개방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부산항 북항의 속살을 먼저 들여다봤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인공수로 옆의 야영장.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인공수로 옆의 야영장.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인공수로 들머리. 계단에 앉아서 발을 담글 수도 있다. 뒤에 짓고 있는 건물은 오페라하우스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인공수로 들머리. 계단에 앉아서 발을 담글 수도 있다. 뒤에 짓고 있는 건물은 오페라하우스다.

미리 둘러본 공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단계 구간 가운데를 가로질러 2㎞가량 이어지는 에스(S)자 모양의 인공수로(너비 40여m)였다. 오페라하우스와 이웃한 인공수로 들머리엔 계단이 놓였다. 이곳에선 바다 쪽으로 ‘물멍’이 가능하고 여름엔 발을 담글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산역 방향 안쪽 인공수로를 따라서는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처럼 곤돌라와 수상버스가 다닐 수도 있을 듯했다. 안내하던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수상버스가 다니면 좋긴 한데 인공수로 양 끝을 연결하는 다리들이 걸림돌이다. (수상버스 운행 여부를 판단하려면) 다리에 부닥치지 않을지 안전점검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수변산책로. 이곳은 5월 개방 예정인데 조깅도 가능하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수변산책로. 이곳은 5월 개방 예정인데 조깅도 가능하다.

인공수로 양옆을 따라 조성된 너비 20~30여m 규모 수변산책로는 항구 재개발에 성공한 스페인 빌바오항 산책로를 떠올리게 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누구든 자유로이 걷거나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페라하우스 근처 산책로는 모래사장·자갈마당으로 바뀌어 해변처럼 느껴졌다.

부산역 2층 후문과 환승센터(2026년 완공)를 연결할 보행데크. 길이 96m, 너비 60m다.
부산역 2층 후문과 환승센터(2026년 완공)를 연결할 보행데크. 길이 96m, 너비 60m다.

부산역 후문~환승센터를 걸어서 나오면 부산항 북항에서 부산항을 바라봤을 때 ㄴ자형 보행데크(흰색 기둥 5개가 있는 건물)와 연결된다. 환승센터가 2026년 완공되기 때문에 왼쪽에 임시 공중보행다리를 만들고 있다. 2025년까지는 부산역 후문~임시 공중보행다리~ㄴ자형 보행데크를 이용해서 부산항 북항 공원에 갈 수 있다.
부산역 후문~환승센터를 걸어서 나오면 부산항 북항에서 부산항을 바라봤을 때 ㄴ자형 보행데크(흰색 기둥 5개가 있는 건물)와 연결된다. 환승센터가 2026년 완공되기 때문에 왼쪽에 임시 공중보행다리를 만들고 있다. 2025년까지는 부산역 후문~임시 공중보행다리~ㄴ자형 보행데크를 이용해서 부산항 북항 공원에 갈 수 있다.

부산역 2층 후문~환승센터(지상 21층, 높이 78m, 터 면적 2만5714㎡)~부산항 북항 1단계 구간 공원을 연결할 보행데크도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96m, 너비 60m인 부산역 후문 쪽 보행데크는 뼈대가 완공돼 절반 정도 시민 발길을 허용했다. 환승센터와 부산항 북항 공원을 연결하는 ㄴ자형 보행데크(길이 144m, 너비 6.8~26m)도 절반 정도 모양을 드러냈다.

환승센터 양쪽 보행데크는 5월에 모두 완공될 예정이지만 부산역에서 곧바로 부산항 북항 공원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양쪽 보행데크 사이에 있는 환승센터가 올해 6월 공사에 들어가 2026년 완공되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항만공사는 양쪽 보행데크를 연결하는 임시 공중보행다리(길이 104m, 너비 3.5m)를 만들고 있다. 또 부산항 북항 공원 보행데크에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까지 연결하는 보행데크(길이 263m)를 올해 10월까지 추가로 만든다. 부산역~임시 공중보행다리~공원~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잇는 임시통로가 생기는 셈이다. 2026년 환승센터가 완공되면 임시 공중보행다리는 해체되고, 부산역~환승센터~공원~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 안 보행데크. 보행데크 뒤쪽 왼쪽 건물(파란색 창)이 부산역 후문이다. 부산역 후문~환승센터를 지나면 이곳까지 오는데 환승센터가 2026년 완공되기 때문에 부산역 후문에서 오려면 오른쪽에 건설 중인 임시 공중보행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 안 보행데크. 보행데크 뒤쪽 왼쪽 건물(파란색 창)이 부산역 후문이다. 부산역 후문~환승센터를 지나면 이곳까지 오는데 환승센터가 2026년 완공되기 때문에 부산역 후문에서 오려면 오른쪽에 건설 중인 임시 공중보행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부산항 북항 개방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했다. 애완견과 산책을 나온 홍미정(53)씨는 “부산항 북항이 젊은층이 떠나가고 상권이 위축된 원도심을 살리는 마중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역 2층 후문 보행데크에서 만난 손유진(34·서울)씨는 “3박4일 동안 부산 해운대 호텔에서 숙박하고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부산항 북항을 발견했다. 부산항 북항의 장점은 부산역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다. 1단계 구간이 완공되면 다시 한번 오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 안 수변산책로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오른쪽 쌍둥이 건물이 레지던스인 마리나7이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 안 수변산책로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오른쪽 쌍둥이 건물이 레지던스인 마리나7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주변에 들어설 고층 건물 때문이다. 북항 1단계 구간과 원도심 사이엔 80~280m 높이 건축물 10여개가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편법 주거지로 비판받는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인 마리나7 건물 두 채(200m)는 이미 입주했고, 근처에 또 다른 레지던스(280m) 공사가 진행 중이다.

송아무개(40대·부산 동구)씨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 목적 가운데 하나가 시민들에게 바다를 돌려준다는 것인데 고층 건축물들이 자리하면 시야가 가로막히지 않겠느냐. 랜드마크가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높이가 낮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안 마리나시설. 요트 클럽하우스 등이 입주한다. 지상 7층, 높이 50m.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안 마리나시설. 요트 클럽하우스 등이 입주한다. 지상 7층, 높이 50m.

부산항 북항 안엔 요트 클럽하우스와 해상계류시설이 입주하는 7층 높이(50m)의 마리나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부 골조공사가 한창인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오페라하우스는 높이 39.5m인데, 현재 공정률이 32.5%다.

관심은 재개발구역 가운데에 있는 해양문화지구(랜드마크)에 어떤 건물이 들어서느냐다. 높이 제한이 없어 고층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이곳은) 용적률이 600%이고 건폐율이 40%여서 650m까지 건축이 가능하다. 부산항 북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려면 고층이어야 한다는 의견과 시야 확보를 위해 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시민사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부터 랜드마크가 들어서기 전까지 해양문화지구엔 야생화단지(8만8천㎡)가 조성돼 시민들을 맞는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 안에 짓고 있는 오페라하우스.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로 높이가 39.5m다. 현재 공정률은 32.5%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 안에 짓고 있는 오페라하우스.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로 높이가 39.5m다. 현재 공정률은 32.5%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을 관통하는 본선 도로가 보행데크 아래와 아치교 아래를 지나간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을 관통하는 본선 도로가 보행데크 아래와 아치교 아래를 지나간다.

한편, 부산항 북항 인공수로 안쪽과 바깥쪽을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다리 6개 가운데 5개가 5월 개방된다. 나머지 1개는 2024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인공수로 안쪽과 바깥쪽을 연결하는 차량용 다리 3개와 트램과 차량이 함께 다닐 도로(길이 2400m, 너비 평균 44m)도 5월 개통한다.

김명진 해양수산부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추진단장은 “부산항 북항 재개발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1단계 구간 공사 마무리를 잘해서 관광객들과 좋은 기업들이 많이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 야경.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 구간 공원 야경.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항 북항 재개발 조감도. 중앙의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ㅁ자 모양) 왼쪽이 1단계 구간(2022년 완공)이고, 오른쪽이 2단계 구간(2030년 완공)이다. 부산시는 2단계 구간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를 열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제공
부산항 북항 재개발 조감도. 중앙의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ㅁ자 모양) 왼쪽이 1단계 구간(2022년 완공)이고, 오른쪽이 2단계 구간(2030년 완공)이다. 부산시는 2단계 구간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를 열 계획이다. 해양수산부 제공

부산 북항 재개발 계획도. 1단계 구간은 2022년까지 기반시설을 완공한다. 2단계 구간과 감만·신선대부두 등은 2030년까지 완공한다.
부산 북항 재개발 계획도. 1단계 구간은 2022년까지 기반시설을 완공한다. 2단계 구간과 감만·신선대부두 등은 2030년까지 완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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