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의 광역·기초의원들이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지원’을 명분으로 앞다퉈 해외로 떠나고 있다. ‘관광성 연수’라는 비판을 피하려고 세계박람회라는 국가 차원 유치 사업을 무리하게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23일 부산참여연대와 함께 지난해 7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부산시의회와 16개 구·군의회가 다녀온 공무국외출장 보고서와 계획서를 분석했더니, 2030년 세계박람회와 관련해 국외출장을 다녀왔거나 국외출장을 계획 중인 경우가 10건으로 확인됐다. 가장 먼저 출장을 떠난 곳은 부산시의회다. 지난해 10월 시의원 21명이 7명씩 팀을 나눠 공무원 2명씩을 동반한 채 6~8박 일정으로 중남미·유럽·아프리카 등 9개국을 다녀왔다. 부산시의회는 지난달에도 시의원 22명이 7~8명씩 3팀으로 나눠서 7~9박 일정으로 유럽과 남아시아 8개국을 다녀왔다. 각 연수팀에는 공무원들이 4명씩 동행했다.
기초의회 가운데는 해운대구의회가 가장 빨랐다. 구의원 15명이 공무원 3명을 동반하고 지난해 10월24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다녀왔다. 동구의회 의원 6명과 공무원 3명은 지난 21일 7박9일 일정으로 덴마크로 떠났다. 이들은 노르웨이와 스웨덴을 거쳐 29일 귀국하는데, 연수에 들어가는 예산은 5000만원이 넘는다. 부산진구의회 의원 17명과 공무원 5명도 8300만원을 들여 다음달 8~14일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방문한다. 사하구의회 의원 16명은 5월16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한다. 앞서 동구의회와 수영구의회는 지난해 10~11월 각각 동남아시아와 일본으로 연수를 떠나려다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과 겹치는 바람에 방문을 포기했다.
시민단체들은 지방의원들이 외유성 연수를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이란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부산참여연대는 “세계박람회는 국가 유치 사업인데 국회도 아니고 지방의회 의원들이 현지에 간들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권은 국제박람회기구에 가입한 170여개국 정부가 갖고 있는데, 지방의원들이 방문하는 곳은 중앙정부나 중앙의회가 아닌, 현지의 한국대사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가 전부다. 21일 출발한 동구의회 의원단의 세계박람회 유치 관련 일정을 봐도 22~23일 덴마크 코펜하겐, 노르웨이 오슬로, 스웨덴 스톡홀름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부산 유치 지지를 호소하는 문서를 전달하는 것밖에 없다. 이들은 이어 25~26일 유명 관광지인 노르웨이 송네피오르와 뵈위아 빙하 박물관, 제2 도시 베르겐 관람에 나선다.
방문지가 비슷해 베끼기 의혹도 나온다. 다음달 8일 출발하는 부산진구의회 국외출장 계획서를 보면, 방문지가 지난해 10월 해운대구의회 방문지와 많이 겹친다. 주요 방문지 11곳 가운데 6곳이 해운대구의회 의원들이 다녀갔던 곳이다. 이미 경쟁국이나 한국 지지를 공식화한 국가를 방문하는 사례도 있다. 부산시의회 1팀은 지난달 불가리아와 그리스를 다녀왔는데 불가리아는 경쟁국가 도시 지지, 그리스는 부산 지지를 이미 표명한 상황이다.
부산참여연대 등이 23일 부산진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참여연대 제공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의원들이 코로나19 때문에 가지 못했던 외유를 2030 세계박람회를 핑계로 떠나고 있다. 출장 목적과 무관하게 집행된 외유성 경비는 환수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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