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가 실종 닷새 만에 발견된 ㄱ씨의 체온 유지를 위해 비상용 보온포를 덮어주고 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혼자 산행에 나섰던 30대 남성이 경남 남해 금산에서 실종 닷새 만에 구조됐다. 구조 당시 그는 약간의 타박상을 입었을 뿐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19일 경남소방본부와 경남 남해경찰서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3일 오전 11시10분께 ㄱ(32)씨가 마을 뒷산인 경남 남해군 금산에 등산을 갔다. ㄱ씨 아버지가 ㄱ씨를 승용차에 태우고 가서 금산 두모매표소 앞에 내려줬고, ㄱ씨 혼자 산행을 시작했다. 지난해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은 ㄱ씨는 한달에 한번 정도 건강 회복을 위해 금산을 등산해왔다고 한다.
이날 저녁 6시16분께 ㄱ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산속에서 백골 상태의 시체 2구를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위치를 묻자, ㄱ씨는 동영상을 찍어서 경찰에 보냈다. ㄱ씨가 보낸 동영상에는 돌무더기와 나무뿌리만 있었다. ㄱ씨는 “곰에 쫓기고 있다”며 전화를 끊었고, 곧 전화기가 꺼졌다. 경찰은 이날 저녁 8시27분께 ㄱ씨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ㄱ씨가 등산을 가서 돌아오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ㄱ씨 아버지에게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필요하다”며 ㄱ씨 실종신고를 하라고 안내했고, ㄱ씨 아버지는 아들의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소방·국립공원공단은 220여명을 동원해 수색작업에 나섰다. 보리암 방문객과 금산 등산객 등을 상대로 목격자도 찾았다. 금산 일대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 영상도 확인했는데, ㄱ씨가 보리암에 도착해서 잠시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달아나듯 뛰어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ㄱ씨 휴대전화는 실종 다음날인 14일 오후 5시께 숲 속에서 발견됐다. ㄱ씨의 산행 시작 지점에서 1.5㎞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실종 나흘째인 17일 오후 3시30분쯤에는 ㄱ씨가 메고 있던 가방이 발견됐다. 휴대전화 발견지에서 1㎞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수색대는 실종 닷새째인 18일 오후 2시40분께 탈진상태로 바위 위에 누워있던 ㄱ씨를 발견했다. 보리암으로 가는 또다른 매표소인 금산매표소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발견 당시 ㄱ씨는 다리 등에 약간의 타박상이 있었으나, 건강에 큰 문제는 없었다. 119구급대는 체온 유지를 위해 비상 보온포로 ㄱ씨를 감싼 뒤 병원으로 후송했다.
차동곤 남해경찰서 수사과장은 “ㄱ씨가 19일 퇴원해서 아버지와 함께 경찰서에 찾아왔다. 건강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는데, 실종된 기간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계곡 물만 먹었다고 하는데, 이 역시 확인하기 어렵다. 떠나면서 ‘고맙다, 죄송하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차 과장은 “ㄱ씨가 백골 상태 시체 2구를 발견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에 신고지점 일대를 샅샅이 수색했으나, 시체는 없었다. ㄱ씨가 정신착란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덧붙였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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