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는 18일 에스케이텔레콤·행복한에코폰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남도 제공
“아리야! 살려줘!”
경남 창원 동읍에서 혼자 사는 ㄱ(78)씨는 지난달 19일 아침 7시께 방 안에서 갑자기 넘어졌다. 허리와 엉덩이가 아파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휴대전화를 놔둔 곳까지 기어갈 수도 없었다.
그때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라고 했던 인공지능 케어매니저의 말이 떠올랐다. ㄱ씨는 방안에 엎드린 상태로 “아리야! 살려줘!”라고 소리쳤다. ㄱ씨의 목소리를 인식한 인공지능 스피커는 “긴급 에스오에스(SOS) 메시지를 발송했습니다”라고 즉시 답하며, 창원 돌봄센터에 구조요청 신호를 보냈다. 돌봄센터는 ㄱ씨 상황을 신속히 파악한 뒤 119에 신고했다. ㄱ씨는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경남도는 18일 에스케이(SK)텔레콤·행복한에코폰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홀로 사는 노인이나 장애인에게 인공지능 스피커를 공급해 돌봄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성동·양천·서대문·중·영등포·강남구 등 서울 6개구와 대전 서구 등 8곳에서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광역시·도 차원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한 통합돌봄 서비스를 하는 것은 경남이 처음이다.
경남도는 올해 1단계로 김해 구산동, 창원 동읍, 사천 동서동, 의령 부림면, 고성 회화면, 하동 옥종면 등 6개 시·군 1000가구에 인공지능 스피커를 공급하고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년에는 서비스 지역을 경남 18개 시·군 전체로 확대하고, 스피커도 25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긴급한 상황에 구조요청을 하는 기능 외에도, 주인이 원하는 노래를 들려주거나 대화 상대가 돼주기도 한다. 주인의 지시에 따라 집 안의 조명을 끄고 켤 수도 있다. 두뇌 활동 촉진을 위한 인지 강화 게임, 지자체와 복지센터의 새소식 듣기 등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한 통합돌봄 서비스의 올해 전체 비용은 3억5300만원인데, 경남도는 정보이용료와 인건비 등 5600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에스케이텔레콤이 부담한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인공지능 통합돌봄 서비스처럼 각자 이득을 보면서 동시에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민·관 공동사업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경남도는 스마트한 기술로 주민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