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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팔레스타인 사람들 모두에게 평화를

등록 2021-10-01 05:00수정 2021-10-01 09:22

[한겨레Book] 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

울지 마, 팔레스타인
홍미정·서정환 지음 l 시대의창(2016)

반인권적이고, 비인간적인 교도행정으로 악명 높은 쇼생크 교도소를 탈출해 자유를 찾아가는 주인공이 우리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던 영화 <쇼생크 탈출>은 미국 IMDB(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 평점 1위, 로튼 토마토 지수 91%(100%에 가까울수록 재미난 영화)로 이른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로 손꼽힌다. 주인공은 작은 망치를 성경에 숨겨 놓고, 오랫동안 공을 들여 마침내 벽을 뚫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얼마 전(9월6일), 이스라엘 당국이 관리하는 길보아 교도소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군사 조직 ‘알아크사 순교 여단’ 전직 사령관 등 6명이 녹슨 숟가락으로 땅굴을 파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탈옥 사건으로 이스라엘 정부는 전국 교도소에 최고 수준의 경계령을 발령하는 한편 군과 경찰, 정보기관 신베트 등을 총동원한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 이들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탈옥범의 가족과 친척 등 이와 관련해 최소 6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여러 지역에서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는 이 공격이 수감자 6명의 탈옥에 대한 분풀이라고 비난했다.

1948년 5월14일 오후 4시, 이스라엘이 건국하면서 유대민족의 디아스포라가 끝났다. 이스라엘은 이날을 건국기념일 ‘욤 하츠마우트’(Yom Ha'Atzmaut)로 기리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날인 5월15일은 아랍어로 ‘대재난’ 또는 ‘재앙’을 의미하는 ‘나크바’(Nakba)가 시작되었다.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47~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이 땅에 살고 있던 총 140만명의 팔레스타인인 중 약 80만 명이 서안, 가자 지구 및 이웃 아랍 국가로 추방당했다. 비슷한 기간 동안 시온주의 민병대 조직에 의해 70건 이상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어 약 1만5000명이 살해당했다. 나크바 이전까지 1300여 개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마을과 도시가 있었지만, 이스라엘 군은 이 중 774개를 강제 점령했고, 531개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스라엘 건국 직전이던 4월부터 한 달여 동안 집중된 ‘플랜 다레트’는 사실상 ‘인종청소’였다.

유대인이 ‘국민’이 되자, 팔레스타인 사람은 ‘난민’이 되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 평생 동안 아랍과 서구의 경계를 살았던 망명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영국령 예루살렘에서 태어났다. 그의 나이 열세 살 무렵, 그와 가족은 모든 재산을 빼앗긴 채 예루살렘에서 쫓겨나 카이로로 피난을 떠나야만 했다.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박탈당한 채 망명자가 되어야 했던 사이드에게 이때의 기억과 경험은 평생 동안 그의 사유를 지배한 원체험이 되었다. 사이드가 쫓겨난 집은 유대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에게 주어졌다. 훗날 사이드는 “그때 우리 집을 접수해 살았던 사람은 유대인 철학자 마르틴 부버였습니다. 내 집을 빼앗은 사람이 <나와 너>라는 책의 저자라는 사실은 그 후 오랫동안 저를 괴롭혔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부버는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여러 나라에서 망명생활을 한 뒤 이스라엘로 돌아온 오스트리아 출신의 종교철학자였다.

감옥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감옥 밖은 누군가에게는 ‘약속의 땅’이라 불린 더 큰 감옥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모두에게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평화가 오길 바란다. “앗쌀라무 알라이쿰(Peace be upon you).”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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