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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천안 책방 ‘가문비나무아래’…사람다운 삶 향해 열린 문

등록 2021-10-15 05:00수정 2021-10-15 17:00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세상의 모든 나무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책을 내놓고 싶었다. 숲의 바람과 하늘의 빛을 머금고 대지에 뿌리를 내려 일생을 살아온 나무는 자신의 몸을 인간을 위해 아낌없이 바친 후 마지막으로 자신의 살에 자음과 모음을 새겨 우리들에게 책을 바친다. 우리는 나무의 살과 인간의 삶이 만나 이루어진 책에 대한 경의를 담아 책방 이름을 ‘가문비나무아래’라고 지었다. 충남 천안시 불당동에 자리 잡은 가문비나무아래는 2020년 3월7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은 책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세계의 정신을 탐구하며 시대와 지역의 문제를 토론하고 실천하는 공공의 플랫폼이다.

그동안 김성우, 송수정, 정여울, 정희진, 나희덕 작가들의 초청 강연과 이수경, 하명희, 반수연, 김이정 소설가 등의 북콘서트를 열어 동네 사람들에게 인문정신과 삶의 기쁨을 고양시켜 왔다. 또한 <시사인>과 함께 독앤독 시즌 1, 2를 진행하며 비대면 방식의 새로운 읽기 모임을 꾸려 나가고 있으며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고 있는 <녹색평론> 읽기모임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웃들이 릴레이 방식으로 책을 추천하는 ‘동네사람책한권’ 프로그램을 통해 책 읽기 문화의 확산을 도모하고 있으며 책 구독 서비스인 가문비 북클럽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는 물론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함께 책방을 꾸려나가는 문화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이뿐 아니라 지역사회단체와 함께 세월호 기억공간을 운영하고 가족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학생인권과 노동, 교육, 환경 등 사회와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담론의 장을 만드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찾아오는 손님 한 명 없고 며칠 동안 단 한 권도 책을 팔지 못했던 시간도 있었다. 그때 가문비 북클럽 회원들과 책방을 사랑하는 분들의 높은 지지와 성원이 없었다면 책방의 운명은 장담하기 어려웠다. 가문비 북클럽 회원들이 주변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책방을 홍보해 주셨고 때로는 가까운 분들을 책방으로 직접 모셔 오기도 했다. 그리고 얼굴 한 번 뵌 적이 없는 분들과 다른 지역에 계시는 분들이 10% 할인과 5% 적립금을 포기하고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책을 주문해 주셨다. 이런 공동의 응원 덕분으로 오늘도 책방 문을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의 궁전이며 사유와 사상이 결집된 책의 집에서 사람다운 삶을 깨달을 수 있다면 가문비나무아래의 문은 항상 열려 있을 것이다. 매일 오후 1시에 문을 열고 저녁 10시쯤 문을 닫을 때 우리는 불 꺼진 책방 문 앞에 서서 매번 책방 신에게 허리를 굽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오늘도 책과 사람을 만나게 해 준 데 대해 고마워하면서 지치지 않고 묵묵히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힘을 얻기를 소원한다. 우리는 내일도 책방을 열 것이다.

천안/글·사진 박진숙·정승윤 가문비나무아래 책방지기

가문비나무아래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34길 3-20 쏠플라자 3층 301·302호

instagram.com/under_spru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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