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와사키 사토시 지음 l 김동욱 옮김 l 사이언스북스 l 각권 1만6500원 표지부터 기괴해 인상을 찌뿌렸는데, 어느 순간 낄낄대며 책장을 넘긴다. 일본에서 누적 4만부가 판매된 뒤, 마침내 한국에 상륙한 연작 도감 <거북의 등딱지는 갈비뼈>와 <상어의 턱은 발사된다> 이야기다. 이 책들의 가장 큰 특징은 동물의 특유한 몸 구조를 인간화한 이미지들이다. 기린처럼 목뼈가 길어진 인간, 거북처럼 갈비뼈가 등딱지로 부푼 인간, 물메기처럼 두 개의 턱관절을 가진 인간의 모습 등이 사실적인 일러스트로 묘사되는데, 불쾌감을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아마 인체를 도구화한 ‘신체 변형’이 인본주의로 무장한 정신 세계에 강력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일 텐데, 다행히도 그런 충격은 잠시뿐이다. 이후에는 동물의 구조적 특성을 내 몸처럼 상상해보는 공감각을 활용할 차례다. 예를 들면, 손을 쓰지 못하는 상어는 턱 관절을 입 속에 숨겼다가 내던지듯 발사시킴으로써 먹잇감을 효율적으로 공격하고, 또 공격시 충격으로부터 안면 부위를 보호할 수 있다. 선홍색 잇몸과 뾰족한 이빨이 입 밖으로 과장되게 돌출된 ‘상어 인간’의 얼굴을 보면서, ‘아 그래! 먹잇감을 사냥하는 과정에 상어 코가 깨질 수도 있겠구나’ 공감하는 식이다. 그렇게 지구상에 수많은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특징을 인체에 기어코 구현해 낸 ‘동물 인간’들을 만나다 보면, ‘우리 척추동물들은 한 뿌리에서 나온 먼 친척들이구나’ 깨닫게 되고 만다. 두어 시간 독서로 해부학적 지식과 진화론의 개념을 잡을 수 있다면, 약간의 불쾌감 정도는 감내할 만하지 않을까. 그때쯤 어느새 기괴한 동물 인간들이 귀엽게 느껴질 수도.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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