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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도로 1000㎞마다 ‘한국 역참’ 열고자 또 달려요”

등록 2022-03-14 21:32수정 2022-03-15 02:30

[짬] 국내 첫 탐험가클럽 회원 김현국씨

탐험가 김현국씨가 최근 펴낸 유라시아 대륙횡단 체험기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을 들고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탐험가 김현국씨가 최근 펴낸 유라시아 대륙횡단 체험기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을 들고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역병도 전쟁도 미래의 꿈은 빼앗아갈 수 없지요.”

세계적 탐험가 단체인 ‘익스플로러스 클럽’의 한국인 최초 회원인 김현국(54·세계탐험문화연구소장)씨가 최근 모터바이크로 6만5천㎞를 달린 유라시아 대륙 횡단기를 펴냈다. 그는 500쪽짜리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의 머릿말에서 “개인의 체험으로 묵히지 않고 두루 유익하게 쓰이도록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다섯번째 대륙횡단에 도전하는 그를 14일 전화로 만났다.

1996년부터 모터바이크로 대륙횡단
2019년까지 4차례 6만5천㎞ 주파
체험기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펴내
새달 중순 차량으로 5번째 횡단 도전
15일 광주서 출판기념회 겸 출정식

“평화 종착지까지 멈추지 않고 가야”

모터바이크로 4차례나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해낸 탐험가 김현국씨가 4월 중순 5차 횡단에 나선다. 김현국씨 제공
모터바이크로 4차례나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해낸 탐험가 김현국씨가 4월 중순 5차 횡단에 나선다. 김현국씨 제공

이동과 기록에 본능적으로 끌렸던 그는 1996년 125시시(CC) 소형 바이크로 시베리아 1만㎞를 단독으로 건넜다. 이어 2010년 러시아 연방고속도로 개통과 2014년 한-러 무비자 협정 조인 이후 유라시아 대륙 횡단에 도전했다. 먼저 자동차와 비슷한 속도를 내고, 넘어져도 혼자 일으킬 수 있는 650시시 중형 바이크를 장만했다. 이어 2014년 암스테르담, 2017년 이르쿠츠크, 2019년 로테르담 등지를 왕복하며 익스플로러스 클럽의 회원 인증을 받았다.

책에서는 2019년 5~10월 140일 동안 부산~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베를린~로테르담을 왕복한 경험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대륙 횡단의 여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길 위의 끝없는 질주가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하다. 유라시아의 경계인 우랄산맥을 가뿐하게 넘어가는 방법과 주변국 국경 통과 대신 시간을 버는 우회로 선택 등 무릎을 치게 하는 조언이 가득하다. 가벼우면서도 알뜰하게 짐 싸는 요령, 괴로웠던 날파리떼 공습, 도시와 사람의 따뜻하거나 두려웠던 기억 등은 눈 앞에 있는듯 현장감이 느껴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 안에 갇혀 사는 게 싫었어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을 타면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 모스크바 너머까지 1만4천㎞를 나아갈 수 있어요. 바이크나 자동차 등 일상적인 이동수단으로 이렇게 확장이 가능하니 신나지 않나요?”

그의 도전은 유엔 지원으로 유라시아 32개 나라 55개 노선의 고속도로 14만㎞를 구축하는 ‘아시안 하이웨이 프로젝트’에 맞닿아 있다. 모험적인 그는 당연히 중국을 거쳐 동남아 쪽으로 가는 에이에이치(AH)-1호선보다 시베리아를 거쳐 우랄산맥 쪽을 넘는 에이에이치-6호선에 더 관심이 갔다.

26년 동안 이어진 길 위의 좌절도 기록했다. 그는 “구글 등 인터넷 지도로 지구촌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에 시베리아 횡단이 탐험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도 위에는 혹독한 추위도, 강렬한 태양도, 위험한 사람도 없다. 실제로 나서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고 했다. 그는 자유로운 이동을 꿈꾸며 모스크바에서 초밥용 쌀을 판매하기도 하고, 소치에 제주도 귤을 심으려 구상했다가 중단했던 일화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나홀로 횡단의 여정에서 날마다 밀려왔던 두려움과 피로감도 털어놓았다. “횡단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살아남는 것과 자료를 만드는 것. 그래서 어떤 것도 견디어야 했다. 어떤 날은 500㎞ 넘게 비바람을 뚫려 달렸고, 날마다 (자료를 모으려) 적어도 30번 이상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는 중노동이었지만 자신을 마주하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외로움이 몰려올 땐 달리는 바이크에 말을 걸고, 손에 든 빵과도 이야기했다”며 “끝없는 길 위에서 무기력과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솟구쳐오르듯 오만했던 나는 달리면 달릴수록 작아졌고 이내 사라져 갔다”고 회고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그가 유라시아 대륙 횡단에 반복적으로 나선 이유는 간절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을 따라 현대판 ‘역참’을 구축하려 한다. 그는 하바롭스크와 옴스크 등 1천㎞ 지역마다 한국인의 이동을 지원하는 베이스캠프 12곳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곳을 먼저 전시관과 도서관, 카페와 숙소, 체험·축제 프로그램을 갖춘 여행자 복합공간으로 키운다. 앞으로 베이스캠프들을 연결한 유라시아 콤플렉스로 확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4월 중순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타고 5번째 횡단에 나서, 그 결과를 10월쯤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그는 15일 광주광역시 치평동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새로운 여정에 첫발을 내디딘다. 그는 오미크론의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간절함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예상치 못한 역병과 전쟁 탓에 일시적으로 길이 막힌 듯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곧 다시 떠나고 만나고 섞이며 삶을 이어갈 것이다. 평화라는 종착지를 향하는 우리의 길은 아득하고 멀겠지만 멈추지 않고 가야만 한다.”

안관옥 선임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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