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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는 어떻게 식민지 문화를 말살시켰나
댄 힉스 지음, 정영은 옮김 l 책과함께 l 2만5000원 영국의 자랑이자 무료 관람 혜택으로 세계인들의 발길을 끄는 대영박물관은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세계 최대의 ‘장물 보관소’라는 오명도 안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로제타석을 비롯해 진귀한 전시품 대부분이 제국 시절 전세계에서 약탈해온 유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루브르 등 다른 세계적 박물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나이지리아 베닌 지역으로 돌아간, 하지만 반환이 아닌 ‘대여’ 형식으로 대영박물관에서 자리를 옮긴 ‘베닌 브론즈’ 수천 점도 19세기 식민지 전쟁을 벌인 영국이 훔쳐간 유물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고고학 교수인 저자는 대표적 약탈문화재인 베닌 브론즈의 쓰디쓴 역사를 기술하며 서구 박물관의 화려한 위용이 얼마나 피 묻은 손의 더러운 얼룩으로 만들어졌는지 폭로한다. 1897년 영국 사절단 10여명이 지금의 나이지리아인 서아프리카 베닌 왕국을 방문하던 중 원주민의 습격을 받는 ‘베닌 학살’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빌미로 영국은 응징 작전을 벌여 수천명의 원주민을 학살하고 마을을 파괴하며 문화적 수탈을 자행한다. 사실 조선의 신미양요나 병인양요, 중국의 아편전쟁이 그랬듯 ‘응징’이란 침략과 약탈의 핑곗거리에 불과했다. 저자는 선진국의 뛰어난 보존 관리 기술로 이 유물들이 유지된다고 해도 지금처럼 전시되는 한 박물관은 서구 문명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아프리카 등 남반구의 후진성을 강조하는 폭력적인 장소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베닌 브론즈가 쏘아 올린 약탈문화재 반환 논쟁에서 본래의 소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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