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an GimNinez-Tusquets Editores ⓒIvan GimNinez-Tusquets Editores](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02/605/imgdb/original/2022/0331/20220331504132.jpg)
ⓒIvan GimNinez-Tusquets Editores
![](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42/322/imgdb/original/2022/0331/20220331504131.jpg)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l 문학동네 l 2만5000원 무라카미 하루키(사진)가 재즈광이라는 건 유명하지만 클래식 애호가이기도 한 것은 덜 알려져 있다. 만오천 장이 넘는 하루키의 엘피(LP) 컬렉션 가운데 재즈가 70%, 클래식이 20%쯤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하루키의 새로 나온 산문집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는 그의 음반장 속 20%의 이야기다. 70%가 아닌 20%의 이야기는 어쩐지 빈틈이 많을 것 같지만 그래서 되레 더 편하고 유쾌하게 읽힌다. 전문적 지식이나 엄격하기 짝이 없는 취향의 자랑 대신 수수하고 조금은 어눌하기도 한 애정 고백을 듣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클래식 앨범을 고르는 기준으로 “재킷을 포함한 ‘모양새’가 좋으면 그만”이라거나 “희귀반을 모으기보다 세일품 상자를 부지런히 뒤지고 다니는 편이 훨씬 즐겁다”는 저자의 말은 클래식 장르나 관련 글이 줄 수 있는 위화감을 가뿐하게 벗어던진다. 물론 “‘명반’이라는 것에도 거의 관심이 없다”는 작가의 말에는 그만큼 스스로의 안목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을 터. 때문에 그가 소개하는 99개의 작품과 연주자 목록에는 녹록지 않은 작가의 내공이 문학적 상상력과 함께 배어 있다. 베토벤 활동 시절 가장 성공적이고 인기 있었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칠중주 E♭ 장조 작품번호 20번의 빈 팔중주단 연주 앨범(1959)에 대해 하루키는 “친근하게 다가가는 곡이라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베토벤 스스로는 그 점이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이런 건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야’ 하듯이. 마치 어쩌다 자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린 본격문학 작가 같다”고 썼다. 보통 사람에게는 천재 음악가의 형형한 눈빛으로만 보일 베토벤의 앨범 재킷 속 인상을 하루키적인 경쾌한 해석으로 바꿔버린다. 하루키는 요즘 바이닐이라고 불리는 엘피판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낸다. 그는 “엘피판은 애정을 가지고 대하면 그만한 반응을 보여준다, 그렇듯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서 이를 ‘레코드의 보은’이라고 지브리 애니메이션 제목에 빗대 말한다. 애정을 가지고 대한다는 건 음반을 공들여 닦거나 장비를 정비하면 할수록 더 좋은 소리를 이끌어낸다는 뜻이다. 비단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도 요즘 불고 있는 바이닐 레코드 열풍에 동참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공감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하루키가 머리말과 본문에서 저렴한 엘피 레코드 고르기의 재미를 여러번 쓴 건 바이닐 열풍이 고가의 ‘희귀템’에 대한 집착과 등치되는 세태를 꼬집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