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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리는 한번도 죽지 않고 계속 살아왔을까

등록 2022-05-06 04:59수정 2022-05-06 11:36

스마일
김중혁 소설집
김중혁 지음 l 문학과지성사 l 1만4000원

“잠은 죽음과 닮았고 죽음은 잠의 끝과 같다. 우리가 여태껏 한 번도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있는 존재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과 삶이 반복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실수를 속죄하기 위해 또는 잊기 위해 홀로 대형버스를 운전하며 정처 없이 떠나는 한 남자에 대한 관찰기인 ‘휴가 중인 시체’로 2019년 심훈문학대상을 수상한 김중혁의 새 소설집이 나왔다. 이 작품을 비롯해 5편의 단편을 묶었다.

5편을 연결하는 주제는 죽음이다. 표제작 ‘스마일’에는 주인공이 비닐로 싸인 모종의 가루를 뱃속에 넣고 탄 비행기에서 갑작스러운 사망 사고가 발생한다. 옆자리에 앉은 이는 밀수꾼 뱃속의 헤로인을 싼 콘돔이 터져 죽었을 거라고 말하면서 시체의 얼굴을 보라고 권한다. “사람들은 마지막 얼굴로 자신의 모든 인생을 표현합니다.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괴로웠던 시절의 고통, 마지막 순간의 회한이 그 얼굴에 다 들어 있어요.”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에선 플라스틱 쓰레기 섬에서 살아 돌아왔다가 갑자기 죽은 인물, ‘왼’에선 왼손잡이 부족사회에서 죽음을 당한 오른손잡이, ‘차오’에선 폭력적 난개발로 추억과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하려는 남성이 등장한다. 작가는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 속수무책인 죽음의 그림자는 삶을 어떻게 조금씩 또는 크게 바꾸어놓는지 곱씹는다. 그리고 폐허 위에서 죽음을 결심한 이는 말한다. “모든 게 무너지고 나서 끝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새로운 출발이 될 수도 있다는 거야.”(‘차오’)

장르적 문체로 스릴러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긴장감과 에스에프(SF) 소설식의 독특한 관점은 김중혁 작품을 읽을 때 보태지는 또 다른 재미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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