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방은요│아마도책방
2018년 3월에 오픈한 ‘아마도책방’은 이제 6년 차에 접어든 시골 책방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에서 남해로 훌쩍 내려온 내게 “앞으로 뭐 해 먹고살 거냐”고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아마도 책방을 할 것 같다”고 대답하던 게 책방 이름이 되었다.
일말의 기대 없이 시작했기 때문인지, 책이 조금씩 팔리고 손님이 늘어갈 때마다 신기했다.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이 생기고, 하소연을 나누는 다른 책방 사장님도 만나고, 동경하던 작가님과 연결되는 일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단골손님이 친구가 되고 사장님과 작가님이 동료가 될 때, 버틸 수 있을까 했던 마음은 어느새 ‘책방 하길 참 잘했다’는 마음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1인 자영업자가 일과의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책방과 내가 너무 가까우면 매출과 피드백에 일희일비하게 되어 금세 지쳤고, 책방과 내가 너무 멀 때면 매너리즘과 회의감이 몰려왔다. ‘너와 나, 우리를 어루만져주는 곳’이란 문장은 책방에 오는 손님뿐만 아니라 책방을 운영하는 나에게도 평온함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썼는데, 책방을 하면 할수록 몸과 마음은 지쳐 갔다. 더 이상 소진될 것이 남지 않았다는 기분이 들었고, 이제는 내려놓을 때라고 생각했다. 마침내 2022년 10월31일을 마지막으로 아마도책방은 문을 (일단) 닫았다.
“영업 종료 안내문을 써 붙이니 비로소 실감이 난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문을 닫게 됐으니 책방을 소개하기도 어렵게 됐다며 (지금 쓰고 있는 이) 기고 제안도 거절했다. 분명 그랬는데… 사흘 만에 살아나신 예수처럼, 아니 작년에 왔다가 죽지도 않고 또 온 각설이처럼, 두 달 만에 책방을 다시 열게 되니 어쩐지 조금 쑥스럽다.
짧은 시간에 왜 마음이 바뀌었냐 물으신다면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을 뿐. 계획이 틀어지는 결정적인 사건(자세히 설명하려면 지면이 부족하므로 궁금하시다면 책방으로 오세요)이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 큰 깨달음은 비움 뒤에 왔다.
책들을 정리하려고 싹 치우고 나니 빈 서가에 쌓여 있던 먼지들이 보였다. 전구 교체나 페인트 덧바르기 같은, 정말 별거 아닌데 그동안 귀찮다는 이유로 미뤘던 일들도 눈에 들어왔다. 책방 문을 닫고 나서도 큰 감정의 동요는 없었는데(오히려 홀가분했음), 이 잔재들 앞에서는 속이 상했다. 미안해서 눈물이 줄줄 났다. 좋으니 싫으니 해도 책방을 가장 아끼는 사람은 나였다. 우여곡절의 시간은 결국, 내가 아직도 이 공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금 확인하는 일이었다.
요즘은 오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책방에 출근한다. 생계유지를 위해 선택했지만 그래도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진 일이어서 즐겁게 하고 있다. 덕분에 책방을 여는 시간은 조금 줄었는데, 그래서 그 시간이 더 소중해졌다. 언제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끝까지 힘내서 책방을 꾸려가 보려고 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
남해/글·사진 박수진 아마도책방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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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책방 외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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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책방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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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책방 책 진열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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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책방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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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책방 서가 모습.
아마도책방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19
www.instagram.com/amado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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