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l 반비 l 1만8000원
에세이 <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의 제목은 미국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가 사진작가 워커 에번스를 두고 한 말에서 따왔다고 한다. “예술가가 하는 일은 모든 일, 모든 날, 모든 곳에서 적용되어 제 삶을 재촉하고, 해명하고, 강화하고, 확대하며 이를 유려하게 만든다. 에번스가 하는 것처럼, 비명 지르게 한다.”
산문집<공감 연습>, 회고록<리커버링>으로 이름을 알린 저자는 이번 책에서 타인을 응시하고 글로 재현하는 ‘예술가가 하는 일’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고 탐구한다. 저자는 이를 ‘갈망의 글쓰기·관찰의 글쓰기·거주의 글쓰기’라는 세가지 주제로 나누고,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52㎐ 고래’에 감정이입 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자는 타인의 갈망에 대해 생각한다. 소리(52㎐ 주파수) 외에 그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고래가 태평양 바닷속에서 대답 없는 노래를 부르는 ‘고독한 존재’일 것이라고 여기고 고래에 자신을 투영한다. 저자는 이들에게서 공허와 결핍을 엿본다. 25년 동안 멕시코의 한 가족을 사진에 담아온 미국 작가를 보며 대상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예술가의 갈등도 파고든다. 이들의 언저리에서 정주하고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타인을 재현하는 일은 애초에 성공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재현하는 것은 언제나 그들을 축소하는 일이며,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하는 것은 이런 축소와 불편한 휴전을 맺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심 이런 압축에 반발했다.(…)이게 다가 아니야, 이게 다가 아니라고, 이게 다가 아니라니까.”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