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바다 방류 설비 시운전을 시작한 지난 1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2차 전국 행동의 날 전국 어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세계를 탐구하고 지식의 경계를 넘다
윌리엄 바이넘 지음, 고유경 옮김 l 소소의책 l 2만3000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두고 다시 ‘과학’이 소환된다. 오염수 방류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과학적 근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엔 과학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오염수 처리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은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온전히 해소해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과학의 역사>는 ‘과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책이다. 저자는 “역사의 어느 순간에서든 과학은 그 특정 순간의 산물”이라며 고대 문명부터 디지털 시대까지, 과학이 세계를 탐구하고 그 영역을 넓혀온 과정을 독자에게 펼쳐놓는다. 과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과 그 중심에 있던 인물, 핵심 개념을 일반 독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원전과 오염수의 시작점에 있는 방사능의 발견과 인간이 이를 활용해온 역사를 다룬 대목을 보면, 과학은 ‘특정 순간의 산물’이라는 저자의 시각에 공감하게 된다. 방사능은 빌헬름 뢴트겐, 앙리 베크렐, 퀴리 부부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과학자의 손길을 거쳐 의학계로, 원자력이라는 에너지원으로, 핵폭탄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우리는 원자력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현대 과학과 기술의 정치·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가장 잘 설명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은 고정불변하거나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시대와 소통하며 지식 체계를 구축하고,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왔다는 시각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책장을 덮으면 길고 긴 과학의 역사 속에서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해진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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