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삼룡 전 연변사회과학원 연구소장
포석 조명희 등 기초적 사실조차 안알려져
작품·작가·역사적 사실 잘못된 사례 많아
작품·작가·역사적 사실 잘못된 사례 많아
최삼룡 전 연변사회과학원 연구소장 밝혀
포석(抱石) 조명희(1894~1938). 첫 현대 조선연극 〈김영일의 사(死)〉(1921), 그리고 〈파사(婆娑)〉(1923)를 썼고 1925년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카프)에 가담한 뒤 1927년 대표작 〈낙동강〉을 발표했다. 1928년 소련으로 망명해 〈만주의 빨치산〉 등을 썼으며 1937년 소련 헌병에게 끌려가 1938년 하바로프스크 감옥에서 총살당했다. 80년대에 한국에서도 그의 작품들이 해금돼 13회째 ‘포석 조명희 문학제’가 지난달 그의 고향인 충북 진천에서 열렸다.
“포석은 1920년대 조선 근대문학의 하늘을 연 큰 별이며, 〈낙동강〉은 카프계열 작품들 중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작품이다. 연변 조선족자치주 고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렸다.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 등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사범학교 교원으로도 일했던 그는 36년 스탈린이 중앙아시아 지방으로 조선인을 강제이주시키기 시작하자 이에 반대하다 37년 체포당해 이듬해인 5월11일 처형당했다. 수번 167번이었던 그는 ‘일본 특무’, 곧 일제 스파이로 몰렸다.”
지난 9일 서울에 온 최삼룡(67) 전 연변사회과학원 문학예술연구소 소장은 한국에서 포석의 작품이 해금된 지 오래고, 중국 조선족문학을 꽤 연구하고 있음에도 이런 기초적인 사실조차 아직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한겨레〉 기자에게 말했다. 최 전 소장은 “한국의 일부 조선족문학 연구자들은 내가 서울 국회도서관과 연세대도서관 등에서 입수해 연구한 자료들을 보여달라고 (거꾸로) 요청하기도 한다”며 “한국 연구자들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대륙침략이 본격화한 “1937년에서 45년까지의 만주지역 조선족 역사를 제대로 아는 한국 연구자가 거의 없다”며 “관련 자료들은 거의 모두 서울에 있음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충북 〈동양일보〉 초청으로 연변 동료문인 9명과 함께 지난달 18일부터 열흘간 포석 조명희 문학제를 위한 중부지역 순회 시 낭송대회에 참가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에선 소련과의 관계 때문에 포석이 42년에 병사한 것으로 처리했다. 북한 교과서들을 사용하던 연변쪽은 90년대 후반부터 이를 수정하기 시작했으나 북한은 여전히 과거기록을 고수하고 있고 남한은 최근 괄목할만한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오류가 적지 않다. 그는 광복 뒤 서울로 왔다가 월북해 작가협회 제1부주석, 〈노동신문〉 부주석, 김일성대학 교수까지 했던 박팔량이 최근 연구에서 일제가 만든 만주국 문학권력으로 철저한 친일인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런 사실을 북한쪽이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 대학생 관련분야 석사논문 7편을 살펴본 결과 그런 사실을 포함한 37~45년 간의 조선족역사와 문학사를 “어물어물 건너뛰거나 잘못 썼다”는 걸 확인했다.
최씨는 지난해 연변인민출판사가 ‘장백산모드모다문학상 수상작가작품집’의 일환으로 펴낸 자신의 책 〈인성의 심도와 문체의 다양화〉에 실린 글에서, 한국의 조선족문학 연구가 조선족문학 연구와 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기도 하다며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사례들을 밝혔다. 〈중국동포시인대표작품선집〉(황송문 편저, 국학자료원, 1997) 수록 시와 시조 작가들이 잘못 기재돼 있으며, 〈해방전 만주지역의 우리 시인들과 시문학〉에는 해방 뒤 자료들이 수두룩하게 들어갔고 2천여행이 넘는 79년 출판 작품 ‘장백산아 이야기하라’가 8행 시로 실려 있다. 또 초기 민요들과 구전시가들, 아마추어 작가들의 초보적인 작품들이 전문 작가문학으로 편찬돼 있으며, 〈한국문학과 간도〉(오양호, 문예출판사, 1988)는 안수길의 〈벼〉를 다루면서 주인공을 괴롭힌 일제 만주국 보안대원들을 마오쩌둥군, 중국육군 등으로 잘못 썼고, 강경애의 〈소금〉을 거론하면서 당시 항일하던 공산당을 마적단, 일제경찰과 같은 수탈과 압제세력으로 묘사했다. 〈민족해방과 계급투쟁의 백년사〉(허세욱)는 리근전의 장편소설 〈고난의 년대〉를 잘못된 사실들에 근거해 사회주의문학으로 몰아부치며 평가절하했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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