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패닉,붕괴:금융위기의 역사
찰스P.킨들버거,로버트Z.알리버 지음. 김홍식 옮김 굿모닝북스 펴냄 1만9800원
세기말 겪은 구제금융 치하의 패닉, 언제 그랬냐는 듯 새천년 길목에서 좌판을 벌인 코스닥 광기, 그리고 서울 2006년 가을 “집값이 미쳤다.”
이 책은 질기게 피어나는 다년생화 같은 광기에 대한 관찰자이자 감시자다. 1636년 네덜란드 튤립의 광기에서부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까지 금융 파탄의 연대기를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가 폭등에 편승해 거품을 부추기다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금융기관을 나무란다. 붕괴위기 국면에서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내외 ‘궁극적 대여자’의 선택 지점에 대해 고민한다.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은 명료하다. 일본에서 단물을 빨아먹고 다른 먹잇감을 찾던 서방 자본과, 고도성장에 취해 빗장을 열어젖힌 아시아 국가들의 죽음의 키스. 여기에 ‘정실주의’라는 방점 하나더. 한국에겐 바로 재벌이었다. 1978년에 초판이 나온 뒤 벌써 5판째다. ‘검은 월요일’이란 돌림병이 세계를 전염시킬 때마다 새로 찍었다. 이 책의 개정판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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