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칙훈서.
이리유카바 최 지음. 해냄 펴냄. 1만5000원
“그림자정부’가 시작된 비밀문서”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흔히 ‘시온의 의정서’로 알려진 ‘시온 지도장로 정회의 의정서’라는 문서에 관한 책이다. ‘시온의 의정서’는 1905년 러시아에서 첫 출간됐고, 20세기 광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적 저작이다. ‘유대인의 (비밀스런)세계정복 강령’, ‘20세기 최대의 위서’라는 극단적으로 다른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어느 쪽이든 ‘음모론’에 기대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가 유대인 대량 학살을 자행한데 이 문서가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있다. ‘시온의 의정서’가 ‘반유대주의’ 논란에 어떤 식으로든 엮여드는 이유다. 문서의 내용은 권모술수로 점철돼 있다. 이런 식이다. “돈으로 그들의 의지를 매수하라. 그러면 우리에게 충성할 것이다. …땅을 위주로 하는 생업에서 투기성 산업으로 전환해 인류 전체의 생명줄이 우리 손에 들어오게 하라.” 이런 탓에 이 문서를 ‘예언서’로 읽는 이들도 있다. 삶과 세상에 절망하거나 권태에 빠져 있는 이들이 읽으면 ‘독’이 될 수 있다. 다만, 타자를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사고 패턴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싶은 이들은 읽어볼 만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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