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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경영원리 확산돼야 사회 효율성도 오른다

등록 2007-01-29 17:06

공병호 소장
공병호 소장
공병호 소장 ‘김동춘 교수 반론’에 대한 재반박
‘기업사회론’과 관련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반론(<한겨레> 1월27일치 15면)에 대해 공병호 박사(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가 재반론을 보내왔다. 토론 활성화를 기대하며 공 박사의 글을 싣는다.

비판적 사고로 진단과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지식인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동춘 교수의 ‘기업사회론’과 같은 주장들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근본적인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거듭 지적해 두고 싶다. 김 교수가 즐겨 사용하는 시장근본주의, 시장만능주의, 시장물신주의라는 단어들은 세상의 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김 교수 자신이 시장과 시장화 현상에 대해서 상당한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김 교수는 “안보물신주의보다 더 무서운 시장물신주의의 위세에 눌려 있는 사회에 제자리가 잡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이 시장물신주의인가. 김 교수는 20살도 채 안 된 대학생들이 입학하자마자 주식투자동아리에 가입하는 것을 시장물신주의의 한 가지 사례로 들고 있다. 젊은이를 비롯해서 모두가 지나치게 돈을 밝히는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김 교수나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자연스럽지 않은 일로 비쳐질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보면 개인이 과거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확장되는 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누구든지 일찍부터 부의 축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두고 시장물신주의라고 비난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부를 축적하는 것은 타인에게 가치를 제공할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젊은이들의 재테크 열풍과 같은 사례들을 두고 “민주화 이후 한국의 풍경은 지구적 시장근본주의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반공 획일주의, 성장주의라는 토양에서 성장한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것은 논리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다. 실제로 이런 현상들을 두고 시장근본주의 운운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게다가 이런 현상이 어떻게 과거의 반공주의나 성장주의와 연결이 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시장만능주의’ 주장은 편견…지자체 기업유치 왜 나쁜가
투입 대비 산출 극대화하는 기업의 ‘경영원리’ 확대돼야

김 교수는 “온 나라, 온 도시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구호로 도배를 하는 이 행정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유치되어 지역민을 고용하고 이들에게 일자리라 소득을 제공해서 삶이 나아지는 것을 비판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심혈을 기울여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지방을 가보라. 기업이 떠나고 일자리가 없어진 지방은 지역 사회 자체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국의 지방정부들, 싱가포르, 아일랜드, 불가리아 등을 포함해서 전 세계 국가들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를 두고 비난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세상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시중의 보통 사람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만큼 절박한 과제도 드물다.


또한 김 교수는 “모든 조직이 기업의 본을 따라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 따라 배우기에 대한 강한 비판과 아울러 “기업의 효율성이 사회의 효율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기업은 왜 효율적인가. 그것은 경영원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경영원리는 투입 대비 산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련의 규칙과 활동들로 구성된다. 경영원리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얻기를 원하는 모든 조직에 적용될 수 있다. 그래서 근래에는 병원이나 교회 그리고 대학과 같은 비영리단체에서도 경영원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원리는 최근에는 자기경영이나 국가경영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경영원리가 확산돼 각각의 조직에 확대 적용되면 제한된 자원을 갖고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당연히 조직이나 사회의 구성원들이 큰 덕을 보게 된다.

때문에 ”기업의 효율성이 사회의 효율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김 교수의 주장은 ”경영원리의 도입이 모든 영리단체 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의 효율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사회의 효율성은 자연히 뒤를 따르게 된다“로 대체되어야 한다. 경제와 경영 그리고 부(富)의 창출 과정과 원리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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