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심는 사람 / 피에르 라비 · 니콜라 윌로 지음. 배영란 옮김. 조화로운삶 펴냄. 1만3000원
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도 먹고 살겠다고 나오는데 아무도 그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지구에 남은 마지막 코끼리를 죽이거나 최후의 나무를 베어버려도 욕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가 이렇게 말하자 20년째 프랑스 민영방송 환경프로그램 ‘우수아이아 나튀르’를 진행하고 있는 니콜라 윌로도 화답했다. 진심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싶다면, 먼저 사람이 자신의 생계문제를 해결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약간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예컨대 윌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종종 제가 설립한 재단의 후원업체 일부가 거대 자본주의의 대표주자격이라고 비난합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제 전략중 하나입니다. 이런 기업체에게 돌을 던지기보다는 이들을 이용하는 편이 더 낫지요. 무언가를 하자면 언제나 자금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런데 항상 세금만 떼이는 시민에게 이를 호소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이 져야 할 책임이 있는 기업들에게 그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는 것이 더 정당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 기업에 영합하지 않고 제 독립성을 지킬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대선후보로 거론될 만큼 영향력
라비의 얘기는 좀 다르다. “저는 항상 공동체의 완전한 한 명의 구성원으로 남고 싶었습니다. 다만 최선의 삶을 위해 최악의 요소를 줄여가면서 말이지요. 즉 사회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내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저는 다국적 기업의 권력으로부터 해방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국적 기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을 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의 소규모 상인들을 장려하고 자신의 텃밭을 가꾸는 것은 저에겐 제도적 틀에 저항하는 일종의 정치적 행동인 셈이지요.”
수십년 안에 현실화할지 모를 인류위기 막으려는
‘지속가능 발전’이란 실용성과 ‘지속 마이너스 성장’이란 근본론
닮았으면서도 다른 두 프랑스 생태주의자의 대담 <미래를 심는 사람>(조화로운삶)은 생태주의운동, 환경운동의 최선두에 서 있는 이들 두 사람의 대담집이다. 프랑스 대선 후보로 거론될(라비는 지난 대선 때 출마했다.)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두 사람이 물론 최후의 코끼리나 나무를 없애버려도 좋다고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상황은 지구생태계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 책의 초점은 바로 그런 최악의 사태가 불과 ‘수십년 안’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상황인식을 전제로(이에 관한 한 두 사람은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그 걸 피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맞춰져 있다. 생장환경과 살아온 이력이 판이한 두 사람의 해법은 많은 부분 겹치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위의 인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윌로는 기성제도 틀 내의 실용주의적 접근을 선호하는데 비해 라비는 당장 틀을 떠날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틀 자체를 바꿔버리는, 좀 더 근본주의적 자세를 취한다. 윌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라비는 ‘지속적인 마이너스 성장’을 꿈꾼다.
라비의 인류생존과 행복을 위한 해법은 인간과 동물의 지혜와 노동이 중심을 이루는 소농경제다. “부식토와 퇴비의 세계”다. 그게 땅과 식물과 사람을 살릴 유일한 길이란다. “사람의 힘 1칼로리로는 40칼로리에 해당하는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는 그 반대다.”라는 말에서도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는 기계나 화학비료에 의존하는 서구 근대의 대량생산·대량소비, 땅을 벗어난 도시적 물질문명에 극히 부정적이다. 아니 생산성과 이익 제일주의로 지구환경을 난도질할 수밖에 없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자체에 절망하고 있다. 그나마 대량생산 대량파괴의 혜택은 소수만이 누리며 인간의 삶은 갈수록 부자와 빈자로 양극화한다. “저는 전체 인류의 20%만이 문명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 20%에 포함돼 있지요. 게다가 저는 전 세계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5%에 불과한 사람들의 그룹에도 속하게 됐고요. 저 또한 마찬가지로 인류의 95%를 배신하고, 대기오염과 화석연료 고갈에 한몫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런 자격지심, 자기모순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류의 20%만 문명의 혜택
프랑스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등 전세계에 ‘생명농업’을 유력한 ‘대안의 삶’으로 키워내는데 평생을 바쳐온 리비, 그리고 프랑스 녹색운동의 부흥사 윌로. 그들은 생태종말의 징후를 다음과 같이 다급하게 경고한다.
지금 우리는 자연이 1만여일 동안 생산해낸 것을 단 하루에 다 소비해버리고 있다. 20세기 초까지 식용작물의 75%가 사라졌다. 21세기 중반쯤엔 50%의 동식물종이 멸종위기에 놓일 것이다. 해마다 그리스와 벨기에 영토를 합한 약 1만6000헥타르 넓이의 열대우림이 화재나 벌목으로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 바다의 생물체는 불과 50년 만에 10분의 1로 줄었다. 소비되는 물의 70%는 농업용수로 사용된다. 프랑스의 경우 이 70% 가운데 정작 농작물 생산에 들어가는 양은 3. 4%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전 세계 농지의 50%는 동물에게 먹이기 위한 곡식을 재배하는데 사용된다. 1㎏의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0만ℓ의 물이 필요하다. 동물성 단백질 1을 얻으려면 동물 한 마리가 그 열 배의 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즉, 소 1㎏의 동물성 단백질을 얻으려면 10㎏의 곡물을 소에게 먹여야 한다. 소 한 마리로 사람 1500명을 먹일 수 있다. 그런데 그 만한 소고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사료와 농지로는 사람 1만5000명을 먹여살릴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농민은 해마다 3만5000명씩 줄어드는데 비료 소비는 오히려 10%씩 늘고 있다. 비료는 토양과 생명체를 파괴한다. 비료 사용으로 병충해 등에 취약해진 작물을 살리려고 농약을 대량 살포한다. 농약 사용량은 1950년에서 2000년 사이 무려 25배나 늘었고, 화학비료의 양은 14t에서 1억6000만t 이상으로 늘었다. 그 결과 토양은 사막화한다. 국방예산의 1%만 투입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비가 대선에서 적지않은 표를 얻고, 윌로가 텔레비전 방송 황금시간대에 공격적인 환경프로를 20년간이나 계속할 수 있으며,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그런 윌로를 정책의논 상대로 삼는 프랑스는 그래도 희망이 있어보인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수십년 안에 현실화할지 모를 인류위기 막으려는
‘지속가능 발전’이란 실용성과 ‘지속 마이너스 성장’이란 근본론
닮았으면서도 다른 두 프랑스 생태주의자의 대담 <미래를 심는 사람>(조화로운삶)은 생태주의운동, 환경운동의 최선두에 서 있는 이들 두 사람의 대담집이다. 프랑스 대선 후보로 거론될(라비는 지난 대선 때 출마했다.)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두 사람이 물론 최후의 코끼리나 나무를 없애버려도 좋다고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상황은 지구생태계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 책의 초점은 바로 그런 최악의 사태가 불과 ‘수십년 안’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상황인식을 전제로(이에 관한 한 두 사람은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그 걸 피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맞춰져 있다. 생장환경과 살아온 이력이 판이한 두 사람의 해법은 많은 부분 겹치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위의 인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윌로는 기성제도 틀 내의 실용주의적 접근을 선호하는데 비해 라비는 당장 틀을 떠날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틀 자체를 바꿔버리는, 좀 더 근본주의적 자세를 취한다. 윌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라비는 ‘지속적인 마이너스 성장’을 꿈꾼다.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운동가 니콜라 윌로(왼쪽)와 피에르 라비(오른쪽).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친환경 생명농업 실천가.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은 그가 “우리가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망쳐 놓은 생명의 그물망을 회복시켰다”고 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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