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의 홍은택씨
이번엔 수서에서 광화문 자전거 통근
‘교통혁명’ 안내서이자 도시 여행기
이번엔 수서에서 광화문 자전거 통근
‘교통혁명’ 안내서이자 도시 여행기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
홍은택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운동 삼아 타던 습관을 못 버리고, 출퇴근길 혼잡한 도로로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이들을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대기오염을 줄이는 친환경운동 실천가라고 추어올릴 필요는 없다. “자전거는 자전차다”라며 차도에서 통행권을 요구하는 겁없는 라이더들에게 삿대질과 경적을 선사할 일도 아니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는 사람은 실리와 재미를 좇는 이기적 존재인 까닭이고, 자전거의 도로주행은 법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6400㎞ 거리의 미국을 동서횡단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의 지은이 홍은택씨가 이번엔 서울을 여행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자전거를 탔다.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를 경험하며 희열과 고통을 맛본 그가 선택한 존재방식은 자전거 라이더다. 그의 여정은 강남구 수서동 집과 광화문을 자전거로 오가는 일상의 출퇴근 길이었다. 그는 “멀리 가지 않고도 떠나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출발지와 종착지는 같지만 매일 새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며 집을 나섰다. 출퇴근 길을 중심한 서울의 여정은 익숙할 것 같지만, 라이더 홍은택의 눈을 통해서 그 갈래갈래의 역사와 깊이가 달라진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차로 한 시간이면 휙 지날 수 있는 서울이지만 페달을 밟다보면 모르던 서울의 역사와 도시 구조가 보인다. 홍은택은 자전거를 더 잘 타기 위해서 자전거 바퀴 아래 다양한 층위로 쌓여 있는 사람살이의 흔적을 탐구했다. 40년 동안 서울에 살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도시의 갈피갈피와 역사를 은색 바큇살로 누볐다. 이 책은 〈한겨레〉 책·지성섹션 ‘18도’에 1년 넘게 연재되며 화제를 모은 ‘홍은택의 서울자전거 여행’을 바탕으로 보태고 엮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프랑스 왕정의 흔적이 밴 서울의 도로 구조, 지하철 건설사와 문화권, 한강과 강남의 개발사, 강남과 강북의 차이, 아구탕 집이 시내 유흥가 성쇠에 끼치는 영향, 45분 규칙 등 자전거를 탄 지은이의 눈은 거대도시 서울에 담긴 흥미로운 단면들을 잡아낸다. 서울 변두리 곳곳에서 살아온 어렸을 적의 기억, 서울의 역사에 관한 삽화들이 자전거 바퀴 위에서 현재적으로 되살아난다. 세밀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유려한 문체는 지은이와 함께 서울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심장을 엔진삼고 혈액과 땀을 연료로 써가며 페달을 밟아나가는 저자의 눈이 밝고 숨소리가 고른 까닭이다.
자전거·자동차·보행자가 평등하게 통행할 ‘교통혁명’을 꿈꾸며 동호인들에게 자신을 ‘홍동지’로 소개하는 지은이는 자전거 출퇴근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곁들이며 독자를 자전거 출퇴근의 세계로 이끈다. 차량과 뒤섞여 교차로에서 통행하는 방법,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과의 떼잔차질, 다양한 유형의 자전거 교통사고 대응법, 한강다리와 터널·고가도로 이용시의 요령, 차량 운전자와의 갈등과 시비, 자전거 복장의 쓰임새 등 라이더들에게 유용한 정보들도 본인의 경험으로 들려준다. 하지만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라는 이름을 단 이 책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보다, 일상 속에서 비일상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태어났다.
자전거가 더할 나위 없는 사색의 도구임을 보여준 김훈씨는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자전거여행〉)고 읊었다.
복된 라이더 홍은택씨는 자전거가 좁은 땅덩어리의 한국을 가장 넓게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공간만이 아니다. 자전거는 과거와 미래로의 부단한 상념을 자극하는 시간여행의 도구이기도 하다. 자전거는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아름다운 풍경을 정지시켜 음미하게도 해주지만, 고속 이동수단을 타고 바쁜 척하며 짧은 인생을 살려 버둥거리는 이들에게 인생을 길고 풍요롭게 사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그래서였을까? 인류를 구할 세 가지 중 하나가 자전거라고 설파한 교육사상가 이반 일리치는 일찍이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고 썼다. 이 책과 더불어 서울의 도로는 더 많은 자전거와 라이더들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홍은택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운동 삼아 타던 습관을 못 버리고, 출퇴근길 혼잡한 도로로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이들을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대기오염을 줄이는 친환경운동 실천가라고 추어올릴 필요는 없다. “자전거는 자전차다”라며 차도에서 통행권을 요구하는 겁없는 라이더들에게 삿대질과 경적을 선사할 일도 아니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는 사람은 실리와 재미를 좇는 이기적 존재인 까닭이고, 자전거의 도로주행은 법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6400㎞ 거리의 미국을 동서횡단한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의 지은이 홍은택씨가 이번엔 서울을 여행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자전거를 탔다.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를 경험하며 희열과 고통을 맛본 그가 선택한 존재방식은 자전거 라이더다. 그의 여정은 강남구 수서동 집과 광화문을 자전거로 오가는 일상의 출퇴근 길이었다. 그는 “멀리 가지 않고도 떠나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출발지와 종착지는 같지만 매일 새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며 집을 나섰다. 출퇴근 길을 중심한 서울의 여정은 익숙할 것 같지만, 라이더 홍은택의 눈을 통해서 그 갈래갈래의 역사와 깊이가 달라진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차로 한 시간이면 휙 지날 수 있는 서울이지만 페달을 밟다보면 모르던 서울의 역사와 도시 구조가 보인다. 홍은택은 자전거를 더 잘 타기 위해서 자전거 바퀴 아래 다양한 층위로 쌓여 있는 사람살이의 흔적을 탐구했다. 40년 동안 서울에 살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도시의 갈피갈피와 역사를 은색 바큇살로 누볐다. 이 책은 〈한겨레〉 책·지성섹션 ‘18도’에 1년 넘게 연재되며 화제를 모은 ‘홍은택의 서울자전거 여행’을 바탕으로 보태고 엮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프랑스 왕정의 흔적이 밴 서울의 도로 구조, 지하철 건설사와 문화권, 한강과 강남의 개발사, 강남과 강북의 차이, 아구탕 집이 시내 유흥가 성쇠에 끼치는 영향, 45분 규칙 등 자전거를 탄 지은이의 눈은 거대도시 서울에 담긴 흥미로운 단면들을 잡아낸다. 서울 변두리 곳곳에서 살아온 어렸을 적의 기억, 서울의 역사에 관한 삽화들이 자전거 바퀴 위에서 현재적으로 되살아난다. 세밀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유려한 문체는 지은이와 함께 서울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심장을 엔진삼고 혈액과 땀을 연료로 써가며 페달을 밟아나가는 저자의 눈이 밝고 숨소리가 고른 까닭이다.
홍은택씨
그래서였을까? 인류를 구할 세 가지 중 하나가 자전거라고 설파한 교육사상가 이반 일리치는 일찍이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고 썼다. 이 책과 더불어 서울의 도로는 더 많은 자전거와 라이더들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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