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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사람]
“‘학문은 공적으로 해야 한다’ 스승 가르침에 보은하고자…”

등록 2007-09-05 19:00수정 2007-09-05 19:28

도중만(사학과) 교수
도중만(사학과) 교수
사마천 ‘사기’ 5년째 무료공개강의 도중만 교수
4일 저녁7시 도중만(사학과·사진) 교수가 대전 목원대 인문관 107호 강의실 문을 열자 기다리던 학생들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오늘은 〈사기〉의 ‘태사공 자서’를 보죠.”

도 교수는 〈사기〉 저자인 사마천이 스스로 쓴 자서전이라고 ‘태사공 자서’를 소개한 뒤 왕젠기(22·중국 헤이룽강대)씨에게 첫 글귀를 읽게 했다. 지난 강의 때 새 수강생들이 사마천을 알고 싶다고 해 이날 강의 소재가 됐다.

이 강의는 지난 2003년 3월 첫 강의를 시작한 이래 설날, 성탄절을 가리지 않고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면 어김없이 열린다. 5년째 무료로 하는 이 공개 강의에는 첫 수강생들인 한경애(44·논술교사)씨 등 7명을 포함해 45명이 출석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대학생, 교사, 대학원생, 교수 등 나이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기〉를 알고 싶은 이들로 꾸려져 있다.

그가 강의를 시작한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한학자인 권정원 선생께 한학을 배우면서 ‘학문은 공적으로 가르치고 공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아 보은하는 길은 조건없이 공으로 학문을 가르치는데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사기〉가 다른 경서들과 달리 재미있고 내용도 세상과 이어져,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인생관을 재정립해 미래 지평을 열 수 있다고 믿는데 따른 것이다.

한학자 권정원 선생 뜻따라
2003년 3월부터 시작
국경일 명절에도 ‘무휴’
수강생 45명 ‘학점없이 자유’


제도권, 즉 대학에서 비슷한 나이와 수준의 학생들에게 학점을 조건으로 진도에 맞춰 강의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마음껏 토론하고 느낄 수 있으며 학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는 이 강의의 최고 매력이다.

“동아문명의 열쇳말은 한문에 있습니다. 고전의 매력은 새로운 영혼을 불어 넣으면 살아 움직이는데 있습니다.”

그는 1987년 타이완을 거쳐 1994년 중국 베이징대에서 청말 국학자 유사배 사상을 연구해 역사학박사 학위를 받고 2002년 목원대 교수가 됐다. 그의 별명은 ‘무벽’이다. 아버지인 도수회(충남대 명예교수·백제어 연구) 선생이 책 때문에 벽이 보이지 않는다며 붙여 주었다. 중국에서 귀국할 때 5톤 컨테이너 한 가득 책을 싣자 집주인 할아버지가 ‘집 안무너진 게 다행’이라며 한숨쉬기도 했고 연구실에선 철재 책꽂이가 책무게 때문에 무너지기도 했다.

최근 그는 중국 최초의 맑스주의자 이대조를 연구해 지난 5월 하버드옌칭센터가 지원하는 〈중국학술 제24호〉에 논문을 싣기도 했다.

“자연을 닮으라는 도가가 제일 어렵습니다. 노상 자라고 변하는 자연을 따라 학문을 하라는 거죠. 마오쩌둥도 ‘죽어야 비로소 배움이 끝난다’고 했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그의 강의는 쉬지 않는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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