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지능>
하버드대 교육심리학자 25년 연구 결산
지능을 8.5가지로 나누고 개인차·특성 인정
IQ와 시험으로 사람 우열 분류하는 데 반대
지능을 8.5가지로 나누고 개인차·특성 인정
IQ와 시험으로 사람 우열 분류하는 데 반대
<다중지능>
하워드 가드너 지음·문용린 유경재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4000원 강호동과 강병규는 지능도 닮았나보다. 유명 프로선수였으니 당연히 ‘신체운동지능’이 뛰어났을 것이고 방송 인기 진행자로 변신에 성공한 것은 ‘언어지능’과 ‘인간친화지능’이 받쳐준 덕이다. 천하장사 강호동은 ‘공간지능’이 부족했다면 모래밭을 평정하지 못했을 것이며 투수 강병규가 ‘논리수학지능’이 떨어졌다면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499개의 삼진을 뺏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친화지능이 동물적으로 발달한 정치인들은 반대로 ‘자기성찰지능’은 매우 낮게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연기 잘하는 이아현은 ‘음악지능’도 빼어나다. 여기까지 이 책 <다중지능>의 초기 집합 7가지 개념을 사례로 풀어 보았다. 하버드대 교육심리학과 교수인 지은이 하워드 가드너는 여기에 ‘자연친화지능’을 추가하고 ‘실존지능’은 확신이 안 섰는지 절반만 담은 까닭에 다중지능의 원소는 8.5개로 정리됐다. 가드너가 1983년에 처음 내놓은 다중지능이론은 학생들을 한줄로 세우는 아이큐와 시험지상주의 세태에 만만찮은 다중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그뒤 25년에 걸친 다중지능 연구의 결산판이다. 다중지능이론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인지적 유형을 지닌다는 것을 인정하는 다원론적 접근에서 출발한다. 개인차를 인정하고 다양한 학습과 평가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8.5개의 다중지능은 아이큐처럼 높은 상관관계를 갖지 않고 어느 정도 독립적이라고 믿는다. 특정 지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여러 지능이 합쳐져 조합을 이루면 특정분야에서 제 구실을 잘해낼 수 있다. 전문가는 한두 개의 강력한 지능을 갖고 있는 레이저형이라면 경영자는 여러 지능들이 균형을 이루는 서치라이트형이다. 아이큐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들은 저자에게 다중지능을 검사로 측정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측정도구를 개발했으면 그는 떼돈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드너는 지능은 사람이 학습하는 데 활용되어야지, 사람을 분류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하며 자신이 검사 도구를 안 만든 것은 새로운 ‘패배자’들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아서라고 덧붙였다. 남성과 여성의 지능 차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공간지능을 볼 때 일반적으로 여성이 낮게 나오지만 생존을 위해 공간적 상황판단이 중요해지는 환경에 놓이면 남녀차이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지은이는 이론을 구체적 교육의 현장으로 접목시킨다. 모든 아이에게는 고유한 특성이 있으며 그 아이만의 강점과 약점에 적합한 경험을 제공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아이들로 접근을 확대해 통합된 하나의 스펙트럼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다중지능이론은 영재뿐만 아니라 학습 장애아에게도 똑같은 애정을 갖고 있다. 지은이는 평범한 방법으로 학교수업을 들을 수 없는 특별한 아이들의 이해도를 높이려면 ‘맥락적’ 교육이 가능한 박물관으로 보내라고 권유한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내용을 이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개념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라는 요구를 받게 되면 곧 몰이해를 드러낸다. 이 책은 ‘훈련받은 이해’를 위해 근원적이고 협력적인 7가지 도입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창의성을 기르는 예술교육의 도구로 지은이는 포트폴리오보다 프로세스폴리오란 단어를 더 좋아한다. 밑그림 같은 미완의 작품이 많이 들어 있는 프로세스폴리오에 대한 평가가 생각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훨씬 유용하다는 것이다. 또 개인의 약점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는 시험중심 사회에 대한 반성 속에서 산업혁명 이전 도제교육의 장점을 끌어낸다. 도제와 장인의 맥락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상호작용이 잠재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중지능이론이 한국에서 명성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획일적 교육방식에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했다. 이 책엔 신동이나 영재에 관한 개념 규정은 나와 있지만 행여 한국식 영재교육 비법에 대한 기대감으로 책갈피를 넘기는 독자는 이내 실망하게 된다. 마르크스의 국가소멸론은 빗나갔지만 새로운 평가사회를 꿈꾸는 지은이의 시험소멸론은 적중하길 바란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하워드 가드너 지음·문용린 유경재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4000원 강호동과 강병규는 지능도 닮았나보다. 유명 프로선수였으니 당연히 ‘신체운동지능’이 뛰어났을 것이고 방송 인기 진행자로 변신에 성공한 것은 ‘언어지능’과 ‘인간친화지능’이 받쳐준 덕이다. 천하장사 강호동은 ‘공간지능’이 부족했다면 모래밭을 평정하지 못했을 것이며 투수 강병규가 ‘논리수학지능’이 떨어졌다면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499개의 삼진을 뺏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친화지능이 동물적으로 발달한 정치인들은 반대로 ‘자기성찰지능’은 매우 낮게 평가된다. 마지막으로, 연기 잘하는 이아현은 ‘음악지능’도 빼어나다. 여기까지 이 책 <다중지능>의 초기 집합 7가지 개념을 사례로 풀어 보았다. 하버드대 교육심리학과 교수인 지은이 하워드 가드너는 여기에 ‘자연친화지능’을 추가하고 ‘실존지능’은 확신이 안 섰는지 절반만 담은 까닭에 다중지능의 원소는 8.5개로 정리됐다. 가드너가 1983년에 처음 내놓은 다중지능이론은 학생들을 한줄로 세우는 아이큐와 시험지상주의 세태에 만만찮은 다중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그뒤 25년에 걸친 다중지능 연구의 결산판이다. 다중지능이론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인지적 유형을 지닌다는 것을 인정하는 다원론적 접근에서 출발한다. 개인차를 인정하고 다양한 학습과 평가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8.5개의 다중지능은 아이큐처럼 높은 상관관계를 갖지 않고 어느 정도 독립적이라고 믿는다. 특정 지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여러 지능이 합쳐져 조합을 이루면 특정분야에서 제 구실을 잘해낼 수 있다. 전문가는 한두 개의 강력한 지능을 갖고 있는 레이저형이라면 경영자는 여러 지능들이 균형을 이루는 서치라이트형이다. 아이큐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들은 저자에게 다중지능을 검사로 측정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측정도구를 개발했으면 그는 떼돈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드너는 지능은 사람이 학습하는 데 활용되어야지, 사람을 분류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하며 자신이 검사 도구를 안 만든 것은 새로운 ‘패배자’들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아서라고 덧붙였다. 남성과 여성의 지능 차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공간지능을 볼 때 일반적으로 여성이 낮게 나오지만 생존을 위해 공간적 상황판단이 중요해지는 환경에 놓이면 남녀차이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닮은 지능과 다른 지능은?
창의성을 기르는 예술교육의 도구로 지은이는 포트폴리오보다 프로세스폴리오란 단어를 더 좋아한다. 밑그림 같은 미완의 작품이 많이 들어 있는 프로세스폴리오에 대한 평가가 생각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훨씬 유용하다는 것이다. 또 개인의 약점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는 시험중심 사회에 대한 반성 속에서 산업혁명 이전 도제교육의 장점을 끌어낸다. 도제와 장인의 맥락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상호작용이 잠재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중지능이론이 한국에서 명성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획일적 교육방식에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했다. 이 책엔 신동이나 영재에 관한 개념 규정은 나와 있지만 행여 한국식 영재교육 비법에 대한 기대감으로 책갈피를 넘기는 독자는 이내 실망하게 된다. 마르크스의 국가소멸론은 빗나갔지만 새로운 평가사회를 꿈꾸는 지은이의 시험소멸론은 적중하길 바란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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