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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목사, 부처에게서 ‘21세기형 리더십’을 보다

등록 2007-10-12 21:13

〈리더십, 불변의 법칙〉
〈리더십, 불변의 법칙〉
도식 없이 물 흐르듯 쓴 부처이야기로
자신을 리드하고 타인을 인정·공감하는
설득형 리더십 실존관점서 해석해내
<리더십, 불변의 법칙>
이동연 지음/인물과사상사·1만1000원

<리더십, 불변의 법칙>의 표지를 펼치자 2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것은 제목과 지은이에서 비롯된 부조화다. ‘붓다는 인류 최고의 리더’라는 딸림 제목처럼 출가한 부처가 리더십이라는 세속적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인가? 붓다의 리더십 전도사인 지은이가 왜 스님이 아닌 신학대를 졸업한 목사님일까? 책갈피가 넘어가면서 이 어색한 긴장은 누그러들기 시작한다.

리더가 되려면 먼저 자신을 리드할 줄 알아야 한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뭔가를 발로 차고 다니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자 신하들이 왕을 흉내냈고 점차 모든 백성들도 발로 차고 다녀 온나라가 조용할 날이 없었다. 팀장이 ‘석양주’를 좋아하면 팀원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도 같은 연유다. 리더는 또 직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 회장이었던 잭 웰치는 어릴 때 심한 말더듬이였다. 웰치의 어머니는 “네 두뇌 회전이 너무 빨라 입술이 따라가지 못한 탓”이라고 말해줬다. 웰치는 리더로 대성했다.


그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그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국환의 노래 제목 <타타타>는 산스크리트어로 ‘여여(如如)’라는 뜻이다. ‘어찌하면 어떠하냐’며 본디 모습 그대로 사는 사람을 ‘여래’라고 한다. 여래로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붓다의 자애 정신이다. 어머니와 딸이 차례로 자신의 연적이 돼버린 비련의 여인 연화색녀는 세상의 남자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기생이 되었다. “붓다여, 당신은 일체의 중생을 감복시키지만 난 일체의 남성을 감복시키는 힘이 있다.” “여인이여, 당신은 수많은 남자들을 정복했다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여인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원한으로 원한을 없앨 순 없다.” 붓다를 유혹의 파멸로 몰아넣으려 했던 연화색녀는 붓다의 제자가 되었다.

한 송이의 꽃과 한 번의 미소가 만난 ‘염화미소’는 공감의 힘이다. 리더는 개인 감정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전체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팀장이 한 팀원의 눈물만 닦아주는 데서 그쳐 버리면 공적 관계가 사적 스캔들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냉혹한 리더보다 감성적 리더가 낫긴 하지만 값싼 감상은 그 생명력이 짧기 마련이다.

우연한 성공을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하면 자아도취에 빠진다. 그는 머지않아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만일 나르시시즘의 증세가 심한 직원이 있다면 기획업무가 아닌 단순사무를 맡겨야 한다. 동료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기적 충동성을 지닌 사이코패스가 내 팀원 중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은 누구나 싸움이나 불구경을 제일 재밌어하는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조금씩 지니고 있다. 낙인찍지 말고 노조 복지부장이나 봉사 분야에서 일하도록 주선해 거듭날 기회를 줘본다

붓다는 탁발 수행할 때 하루에 일곱 집을 넘게 가지 않았다고 한다. 일곱 집이나 탁발했어도 음식이 부족하다면 중생들이 살기 어렵다는 증거다. 이때 수행자는 걸식을 중단하고 중생과 함께 배고픔을 느끼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본능적 탐욕인 식탐을 이긴 사람이 교만과 아집에 얽매일 리 없다. 카리스마형 지도자는 총론에는 강하나 구체적 실천에 약하다. 무위의 가르침으로 조용한 감동을 주는 설득형 지도자가 미래 리더십에 더 가깝지 않을까?


2500년 전의 붓다가 21세기에 구원 등판하는 현상 자체가 현대 리더십의 위기를 방증한다. 이 책은 다른 실용서들처럼 요란하게 주제를 분절화하지 않았고 그 흔한 도식화도 없다. 그저 물 흐르듯 붓다의 이야기를 실존의 관점에서 실용적으로 전개하고 있을 뿐이다. 리더십, 부처, 목사가 더는 이상한 조합으로 보이지 않은 이유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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