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엄마 친구의 딸’ 못되는 88만원 세대에게
‘성공하라·쿨하라·독해져라’ 부추기는 대신
‘근성으로 살라’ 토닥토닥 다독이는 응원가
‘성공하라·쿨하라·독해져라’ 부추기는 대신
‘근성으로 살라’ 토닥토닥 다독이는 응원가
<당신의 스무 살을 사랑하라>
김현진 지음/해냄·1만원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는 차고 넘친다. 2007년 책 제목에 자주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여자’였을 정도다. 대개 20~30대 여성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다. 특히 올해는 ‘알파걸’이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떠오르면서, 20대 젊은 여성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주체가 됐다. 그러나 상위 3%의 ‘엄마 친구의 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20대 여성은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10대를 보내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 선 이른바 ‘88만원 세대’일 뿐이다. 스무 살이 되면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왠걸 연애에서도 취직에서도 연일 쓴물을 마신다. “20대 안에 ‘쇼부’ 안 보면 넌 망해, 이 계집애야. 나쁜 여자가 되고 여우 같은 여자가 되어서 1그램도 손해보지 말고 살아라. 맛있는 마시멜로가 있다고 홀랑 먹다니 정신이 있냐 없냐. 칭찬 받으면 춤추는 고래에 피라니아에 펭귄 핑에 금수도 자기계발을 하는데 정신이 있냐 없냐. … 서점에 가서 이런 책들을 보다 보면 왠지 흠씬 두들겨 맞은 기분”이 드는 당신. 김현진씨가 쓴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는 이런 스무살에게 바치는 ‘자기격려서’다.
지은이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단편영화 감독, 청소년 웹진 편집장을 지낸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하고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뛰어든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네 멋대로 해라> <불량소녀백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시대 10년을 살면서 어른이 되고 보니, 착한 건 바보다. 못난 놈은 제 밥그릇도 잘난 놈한테 갖다주고 나가 죽으라는 식”임을 깨달았다는 지은이는, 고로케처럼 속을 꽉 채운 사람들 속에서 “도넛들의 허술함과 약함”을 사랑스러워하고, 사람에게는 슬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상처받았어도 안 받은 척, 두려운데도 당당한 척 해야 하는 ‘쿨’(cool)의 강박 속에서 더욱 상처받는 여자들에겐 쿨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쿨하지 못하게 왜 이래”를 외치는 남자에겐, “감정 관계에서는 권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쪽이 쿨할 수 있는 거고, 여유 있는 놈만 쿨할 수 있는 거”라고 잘라 말한다.
이 책은 ‘엄마 친구의 딸’이 되지 못한 여성들에게 좌절을 이겨내는 힘, 근성이야말로 “불공평함이 예사로운 시대에, 가장 중요한 특별함”이라고 다독인다. 이러한 조언은 지은이가 실업급여를 타러 고용안정센터를 드나드는 몇 달 동안 이력서를 내면서 겪었던 수백 번의 거절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수백 통의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을 20대를 위한 다독임이기도 하다.
청년 실업 400만 시대에 학점과 고시, 토익에 매달리며 열심히 살아가려 발버둥치는, 그러나 동시에 “게으르고 꿈도 의욕도 없다는 어른들의 악담”에 지친 20대를 이 책은 손짓해 부른다. 쿨하지 않아도 괜찮아, 못생겨도 괜찮아, 좌충우돌해도 괜찮아, 사랑 못 받아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평범한 여성들에게 독하게 살라거나 성공하라고 부추기는 대신, 세상이 만든 강박 때문에 지친 스무살들을 토닥토닥 위로하고 행복하게 살아만 있으라고 격려한다.
학창시절 농구팬이었다는 지은이는 인생은 유머글에 떠도는 ‘박한 감독의 작전타임’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이십 몇 년을 살았잖아, 일을 하면 밥먹고 안 하면 굶는 거야. 가라!” “지금 너네가 안 되는 게 딱 두 개가 있어. 그게 잘 사는 거랑 열심히 사는 거야. 그거 두 개만 잘하면 돼. 가라!” 어차피 언젠가 경기는 끝나기 마련, ‘근성’으로 열심히 달려보는 거다.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김현진 지음/해냄·1만원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는 차고 넘친다. 2007년 책 제목에 자주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여자’였을 정도다. 대개 20~30대 여성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다. 특히 올해는 ‘알파걸’이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떠오르면서, 20대 젊은 여성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주체가 됐다. 그러나 상위 3%의 ‘엄마 친구의 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20대 여성은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10대를 보내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 선 이른바 ‘88만원 세대’일 뿐이다. 스무 살이 되면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왠걸 연애에서도 취직에서도 연일 쓴물을 마신다. “20대 안에 ‘쇼부’ 안 보면 넌 망해, 이 계집애야. 나쁜 여자가 되고 여우 같은 여자가 되어서 1그램도 손해보지 말고 살아라. 맛있는 마시멜로가 있다고 홀랑 먹다니 정신이 있냐 없냐. 칭찬 받으면 춤추는 고래에 피라니아에 펭귄 핑에 금수도 자기계발을 하는데 정신이 있냐 없냐. … 서점에 가서 이런 책들을 보다 보면 왠지 흠씬 두들겨 맞은 기분”이 드는 당신. 김현진씨가 쓴 <당신의 스무살을 사랑하라>는 이런 스무살에게 바치는 ‘자기격려서’다.
‘알파걸’ 아니어도 괜찮아! 행복하게만 살아!
‘알파걸’ 아니어도 괜찮아! 행복하게만 살아!
‘알파걸’ 아니어도 괜찮아! 행복하게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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