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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남과 달라 힘들었던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등록 2007-11-20 21:06수정 2007-11-21 14:13

공지영
공지영
공지영, 자전적 소설 ‘즐거운 나의 집’ 출간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남과 달라서 힘들었던 모든 이들에게 위안과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작가 공지영(44)씨가 싱글맘으로서 성이 다른 세 아이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소설 <즐거운 나의 집>(푸른숲)을 내놓았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 끝에 ‘조금 특별한’ 조합을 이루게 된 작가의 가족 이야기는 딸 ‘위녕’의 시점을 빌려 자못 유쾌하게 서술된다. 20일 낮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작가는 “전에는 이혼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저를 화자로 삼으면 소설이 너무 어둡고 슬퍼질 것 같아서 일부러 딸의 시점을 빌렸어요. 슬픔은 처음부터 내포되어 있는 구도이기 때문에 일부러 즐겁게 쓰자고 생각했죠. 쓰고 보니까 제 소설 중에서는 유일하게 열한 살에서 칠십대까지 두루 재미있게 읽었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이혼의 경험이 전혀 없는 평범한 사람들도 이 소설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견했다고 말해서 놀랐어요.”

소설은 아주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이후 아버지와 새엄마와 함께 살아온 고교생 위녕이 자신과 성이 다른 두 남동생 ‘둥빈’과 ‘제제’가 있는 친엄마의 집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해,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나 대학에 입학한 위녕이 집을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소설가인 엄마와 세 아이들의 관계, 그리고 아이들의 아빠 등 주변 사람들과 얽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디까지나 소설인 만큼 허구적 설정을 가미했지만, 기본적인 얼개는 작가 자신의 삶에서 가져왔다.

“저처럼 사회현상과 여성의 삶에 관심 많은 작가에게 누군가 ‘세 번 이혼하고 성이 다른 아이들 데리고 사는 여자가 있다더라’는 말을 해 주었다면 취재해서라도 소설로 썼을 것 같아요. 다행인지(?) 그게 바로 제 얘기여서 일이 쉬웠죠. 사실은 저부터가 저의 조금 남다른 삶의 행로에 주눅들었던 걸 소설을 쓰면서 털어버리고 싶기도 했어요. 어느 정도는 그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사회적으로도 이혼을 바라보는 태도에 많은 변화가 생겼구요.”

작가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혼과 같은 사적인 결정을 비난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면서 “결혼이나 이혼 같은 사적인 삶의 영역에 대해서는 간섭을 삼가고 당사자의 선택을 존중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즐거운 나의 집>을 화자인 위녕을 중심에 놓고 보면 성장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어려서부터 편부 및 계모 슬하에서 자랐고 이제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편모 슬하로 들어온 위녕은 생각보다 꿋꿋하고 어른스럽다. 작가는 “소설에 그려진 딸의 모습이 거의 사실 그대로”라면서 “딸아이의 친구들을 보아도 어려서 마음고생을 많이 한 아이들이 더 성숙하더라”고 말했다.

1988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작가는 올해로 등단 20년을 넘겼다. 그는 그동안 일곱 권의 장편과 세 권의 소설집, 그리고 세 권의 산문집을 내놓았다. 150만부가 팔린 <봉순이 언니>와 100만부에 육박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포함해 소설로만 1천만 부 가까이 팔리면서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았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는 상상할 수 없게 변했잖아요. 그에 맞추어 소설이 변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해도 상상력이 사회과학에 짓눌려 온 편인데, 앞으로는 좀 더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서 가령 우주나 공상과학, 심리나 시간 문제를 다룬 소설을 쓰고 싶어요. 또 소설만이 아니라, 인터뷰처럼 비문학적 장르의 글쓰기도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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