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와의 랑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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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와의 랑데부〉
아서 클라크 지음·박상준 옮김/옹기장이·9800원 지난달 중순, 흥미로운 소식 하나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살아 있는 에스에프 문학의 역사’ 아서 클라크가 90회 생일을 맞았다는 것.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세계 에스에프계의 ‘3대 거장’으로 일컫는 그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의 원작자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편이다. 본업인 작가 외에 미래학자로도 명성을 쌓으며 현대 인류 문명에 상당한 기여를 해 왔다. 예를 들면 오늘날 전 세계를 하나의 문화권으로 연결하는 통신위성은 그가 2차 대전 막바지에 영국 공군의 통신 장교로 근무할 때 처음 내놓은 아이디어다. ‘아서 클라크의 법칙’도 과학계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이 안 된다’라든가 ‘저명한 원로 과학자가 어떤 미래 과학기술을 두고 그건 불가능하다고 하면 그 말은 항상 틀리다’ 등은 과학계나 과학사에 대한 훌륭한 수사이자 풍자이다. 〈라마와의 랑데부〉는 1973년에 발표된 뒤 ‘하드에스에프의 교과서’라는 찬사를 받으며 곧장 현대의 고전 반열에 오른 걸작이다.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에 직경 수십 킬로미터의 거대한 천체가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놀랍게도 이 물체는 원통형 모양의 인공구조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인류가 사상 최초로 외계문명의 산물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탐사선이 급파되어 ‘라마’라고 명명된 그 거대한 물체를 조사한 결과, 내부는 인간이 호흡할 수 있는 대기가 있고 바다와 도시까지 조성된 하나의 인공 세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유기생명체처럼 보이는 수많은 존재들과 맞닥뜨리지만 사실은 로봇임이 밝혀진다. 결국 라마는 거대한 무덤이나 타임캡슐, 혹은 어떤 외계문명이 우주로 날린 노아의 방주가 아닌가 하는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 작품은 과학기술적 묘사의 엄밀함에 중점을 두는 하드에스에프의 걸작이지만 난해한 용어나 설정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중학생 정도의 과학지식만 있으면 문제없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치밀하면서도 차분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인간이 우주로 나갔을 때 겪게 되는 감각의 혼란도 마치 실제로 다녀온 것처럼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고, 지구 중력권과는 다른 세계에 적용되는 물리 법칙과 좌표계 설정 등을 놀랍도록 꼼꼼하게 그리고 있다. 라마를 둘러싼 인간들의 두려움과 갈등, 탐사대원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온갖 감정과 상황의 묘사도 훌륭하다. 이 모든 것들을 오로지 상상력으로만 창조해낸 작가의 역량이 놀라울 뿐이다.
개인적으로도 이 작품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필자가 처음으로 번역했던 장편소설이기도 하고, 절판되었다가 다시 나오는 일도 십수년간 두 번이나 겪으면서 고전의 생명력은 이런 것인가를 실감하기도 했다.
박상준/월간 〈판타스틱〉 편집위원
아서 클라크 지음·박상준 옮김/옹기장이·9800원 지난달 중순, 흥미로운 소식 하나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살아 있는 에스에프 문학의 역사’ 아서 클라크가 90회 생일을 맞았다는 것.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세계 에스에프계의 ‘3대 거장’으로 일컫는 그는,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의 원작자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편이다. 본업인 작가 외에 미래학자로도 명성을 쌓으며 현대 인류 문명에 상당한 기여를 해 왔다. 예를 들면 오늘날 전 세계를 하나의 문화권으로 연결하는 통신위성은 그가 2차 대전 막바지에 영국 공군의 통신 장교로 근무할 때 처음 내놓은 아이디어다. ‘아서 클라크의 법칙’도 과학계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이 안 된다’라든가 ‘저명한 원로 과학자가 어떤 미래 과학기술을 두고 그건 불가능하다고 하면 그 말은 항상 틀리다’ 등은 과학계나 과학사에 대한 훌륭한 수사이자 풍자이다. 〈라마와의 랑데부〉는 1973년에 발표된 뒤 ‘하드에스에프의 교과서’라는 찬사를 받으며 곧장 현대의 고전 반열에 오른 걸작이다.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에 직경 수십 킬로미터의 거대한 천체가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놀랍게도 이 물체는 원통형 모양의 인공구조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인류가 사상 최초로 외계문명의 산물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탐사선이 급파되어 ‘라마’라고 명명된 그 거대한 물체를 조사한 결과, 내부는 인간이 호흡할 수 있는 대기가 있고 바다와 도시까지 조성된 하나의 인공 세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유기생명체처럼 보이는 수많은 존재들과 맞닥뜨리지만 사실은 로봇임이 밝혀진다. 결국 라마는 거대한 무덤이나 타임캡슐, 혹은 어떤 외계문명이 우주로 날린 노아의 방주가 아닌가 하는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 작품은 과학기술적 묘사의 엄밀함에 중점을 두는 하드에스에프의 걸작이지만 난해한 용어나 설정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중학생 정도의 과학지식만 있으면 문제없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치밀하면서도 차분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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