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요정·유명의사가 전하는 ‘직업과 인생’
전문직 지망생 위한 멘토링 시리즈 2권 나란히
소아과 의사가 의대 진학 아들에게 주는 편지
‘중년’ 코마네치가 젊은팬에게 쓴 진솔한 답장 〈미래의 의사에게〉
페리 클라스 지음·서홍관 옮김/미래M&B·9000원 〈미래의 금메달리스트에게〉
나디아 코마네치 지음·강혜정 옮김/미래M&B·9000원 전문직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한 각계 전문가들의 ‘멘토링’ 시리즈 중 2권이 먼저 선보였다. 〈미래의 의사에게〉는 미국의 유명한 소아과 의사인 페리 클라스(사진 오른쪽)가 의과대 진학을 앞둔 아들에게 보내는 모정 가득한 편지다. 의대 신입생에서 전문의가 되기까지 현장 체험과 의료 철학을 담았다. 〈미래의 금메달리스트에게〉는 이젠 40대 중반이 된 체조 요정 나디아 코마네치(왼쪽)가 젊은 팬에게 보내는 진솔한 답장이다. 체조 경기만큼 극적이었던 삶의 굴곡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둘러싼 억측에 대해선 항변하고 있다. 멘토링은 보편적일수록 설득력이 있다. 소아과 의사와 체조 선수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여성 멘토에서 우리는 어떤 교집합을 얻어낼 수 있을까? 운동은 자신의 몸과 교감하고 인술은 타인의 몸과 교감한다. 그 교감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두 책의 장면을 오버랩해 보자. ##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체조경기장. 난 일상처럼 2단 평행봉에 올랐고 마침내 내려왔다. 평균대 준비운동을 하는데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1.00’. 관중들 누구도 그 숫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코치가 항의하자 심판이 열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전광판도 설마하며 만점인 10을 표기하는 장치가 없었던 것)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다음 경기에만 집중했던 나는 즉시 10점을 잊어버리고 평균대를 향해 출발했으며 여섯번 더 ‘1.00’을 받았다.
## 어떤 할머니가 혈액 감염이 반복돼서 온갖 정밀검사를 받았는데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단다. 나중에 발가락 사이의 상처를 통해 박테리아가 들어갔다는 결론이 나왔어. 아무도 할머니의 발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던 거야. 반면 내 동창이 임상실습을 할 때 골반 내 종괴가 발견된 어느 여성을 진찰하라는 지시를 받았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만지지 못했어. 이 종괴는 나중에 커다란 낭종으로 밝혀졌다는구나. 자연 소멸하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 없는 것이었지. 0.01초로 승부가 갈리는 경기장, 한순간에 생사가 갈리는 수술실. 전문가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은 바로 집중력이었다. 코마네치는 연기 중엔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클라스는 첨단 의료장비가 모든 진단을 내려주는 시대에 의사들이 아예 오감 능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의 동창이 덧붙였다는 말은 그래서 웃어넘길 수 없다. “설사 종괴가 있었더라도 난 아마 찾을 수 없었을 거야. 한번도 종괴를 만져본 적이 없었거든.”
## 훈련하다 다친 손목이 경기가 시작될 때 크게 부어올랐다. 실격당하지 않도록 기구에 손만 대고 자리로 돌아왔다. 팀원 중 가장 낮은 점수는 전체 점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팀원 한명이 평균대 연기 중에 떨어졌다. 난 평균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고 통증이 없는 오른손만을 사용했다. 점수는 9.95가 나왔고 우린 다시 1위로 올라서며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손목 수술을 받고 감염 부위를 잘라냈다. 지금도 그때 생긴 5㎝ 가량의 상처가 남아 있다.
## 내 수중에 맡겨졌던 아이의 소생술이 실패로 돌아갔고 그렇게 아이가 죽었지. 죽음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은 간호사였단다. 아기의 심장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부모에게 안고 있으라고 했지. 간호사는 죽음을 준비하는 장비도 마련해뒀어. 부모가 아기의 마지막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였지.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건 단순히 의학적 차원에서만 환자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 가족과 깊은 관계를 맺었음을 나타내는 것이지.
교감은 순간의 집중으로 이뤄지지만 그 근원엔 공동체에 대한 연대가 자리잡고 있다. 클라스는 미래의 의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멘토링을 맺는다. ‘당신은 휴가를 즐기려 가족과 함께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 있다. 이때 휴대폰이 울린다. 당신이 10년 넘게 진료를 담당해 온 환자가 출혈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한다. 환자는 당신에게 자신의 상태를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곤혹스럽다면 답변을 코마네치에게 떠넘기자. 그가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시디(CD)가 없어서 피아노 연주에 맞춰 마루운동 연기를 펼쳤다고 한다. 공중돌기를 하다 넘어지면 시디는 혼자 길을 가버리지만 피아노 연주자는 함께 아파하고 기다려 줄 것이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미래M&B 사진 제공
소아과 의사가 의대 진학 아들에게 주는 편지
‘중년’ 코마네치가 젊은팬에게 쓴 진솔한 답장 〈미래의 의사에게〉
페리 클라스 지음·서홍관 옮김/미래M&B·9000원 〈미래의 금메달리스트에게〉
나디아 코마네치 지음·강혜정 옮김/미래M&B·9000원 전문직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한 각계 전문가들의 ‘멘토링’ 시리즈 중 2권이 먼저 선보였다. 〈미래의 의사에게〉는 미국의 유명한 소아과 의사인 페리 클라스(사진 오른쪽)가 의과대 진학을 앞둔 아들에게 보내는 모정 가득한 편지다. 의대 신입생에서 전문의가 되기까지 현장 체험과 의료 철학을 담았다. 〈미래의 금메달리스트에게〉는 이젠 40대 중반이 된 체조 요정 나디아 코마네치(왼쪽)가 젊은 팬에게 보내는 진솔한 답장이다. 체조 경기만큼 극적이었던 삶의 굴곡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둘러싼 억측에 대해선 항변하고 있다. 멘토링은 보편적일수록 설득력이 있다. 소아과 의사와 체조 선수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여성 멘토에서 우리는 어떤 교집합을 얻어낼 수 있을까? 운동은 자신의 몸과 교감하고 인술은 타인의 몸과 교감한다. 그 교감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두 책의 장면을 오버랩해 보자. ##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체조경기장. 난 일상처럼 2단 평행봉에 올랐고 마침내 내려왔다. 평균대 준비운동을 하는데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다. ‘1.00’. 관중들 누구도 그 숫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코치가 항의하자 심판이 열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전광판도 설마하며 만점인 10을 표기하는 장치가 없었던 것)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다음 경기에만 집중했던 나는 즉시 10점을 잊어버리고 평균대를 향해 출발했으며 여섯번 더 ‘1.00’을 받았다.
## 어떤 할머니가 혈액 감염이 반복돼서 온갖 정밀검사를 받았는데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단다. 나중에 발가락 사이의 상처를 통해 박테리아가 들어갔다는 결론이 나왔어. 아무도 할머니의 발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던 거야. 반면 내 동창이 임상실습을 할 때 골반 내 종괴가 발견된 어느 여성을 진찰하라는 지시를 받았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만지지 못했어. 이 종괴는 나중에 커다란 낭종으로 밝혀졌다는구나. 자연 소멸하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 없는 것이었지. 0.01초로 승부가 갈리는 경기장, 한순간에 생사가 갈리는 수술실. 전문가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은 바로 집중력이었다. 코마네치는 연기 중엔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클라스는 첨단 의료장비가 모든 진단을 내려주는 시대에 의사들이 아예 오감 능력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의 동창이 덧붙였다는 말은 그래서 웃어넘길 수 없다. “설사 종괴가 있었더라도 난 아마 찾을 수 없었을 거야. 한번도 종괴를 만져본 적이 없었거든.”
〈미래의 의사에게〉(왼쪽)과 〈미래의 금메달리스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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