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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무협소설 역사 완전정복

등록 2008-02-29 19:50

〈한국무협소설사〉
〈한국무협소설사〉
〈한국무협소설사〉
이진원 지음/채륜·1만8800원

계간 〈창작과 비평〉 봄호에 박민규씨가 발표한 단편소설의 제목이 흥미롭다. ‘용 용(龍)’자가 위아래에 둘씩 도합 네 개나 들어간 글자다. ‘말 많을 절’이라는 글자인데, 획수가 무려 64획으로 한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민규씨의 소설에서 이 글자는 대권천왕, 청룡검제, 운무천마, 빙해천수라는 이름을 지닌 “절대 무림의 사천왕, 중국 중원을 떨게 했던 동방 사룡”을 가리키는 뜻으로 차용되었다. 소설은 무림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서른두평 아파트’와 종합격투기가 시대정신이 되는 세태를 쓸쓸하게 그러나 아프게 비판한다.

음악사학자인 이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쓴 〈한국무협소설사〉는 박민규 소설의 배경이라 할 한국 무협소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영웅소설로 분류되지만 무협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 허균의 〈홍길동전〉에서부터 일제 강점기에 창작된 〈임꺽정〉과 〈대도전〉 같은 한국식 역사무예소설을 거쳐 1960년대에 김광주가 대만 소설 〈검해고홍〉을 각색해 신문에 연재한 〈정협지〉가 현대적 무협지의 효시를 이룬다. 김광주는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씨의 부친이기도 하다.

이어서 1970년대에는 대만 작가 ‘와룡생’의 작품들이 대본소를 중심으로 커다란 인기를 끌면서 국내 창작 무협소설도 와룡생의 이름으로 출판되는 웃지 못할 현상도 나타났다. 80년대에는 진용의 〈영웅문〉이 무협소설의 새로운 바람을 주도했지만, 무협소설의 인기가 만화에 밀리는 한편 그때까지 무협소설 보급에 톡톡한 몫을 했던 대본소가 쇠락하면서 한국 무협소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게 된다. 인터넷의 보급과 맞물려 ‘신무협’이 출현했고, 다시 판타지 및 과학소설과 손잡은 ‘판협지’로 한국 무협소설은 변신과 모색을 계속하고 있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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