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에서 자주의식 배워야…”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경전 속에선들 교훈을 찾을 수 있겠는가.”
원불교 최고 지도자 좌선 이광정 종법사(69)가 화창한 봄날 꽃비 같은 법문을 쏟아냈다.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90년 전 깨달음을 얻은 날을 기념하는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이었다. 그러나 그는 우리 민족의 자생종교인 원불교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전진 기지인 미주총부를 설립하는 등의 교단 자랑거리보다는 국가적 과제의 해결책 제시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외세에 휘둘리지 않는 자주적인 통일관을 담은 <통일론> 등의 저서를 내 주요 종단 주요 종교지도자 가운데 드문 진보파로 꼽히는 그다운 모습이었다.
좌산 종법사의 죽비는 ‘역사에서 배우라’는 것이었다. 그는 “삼국 통일 전에도 당나라를 끌어당겨 만주를 잃었고, 구한말에도 러시아와 청나라와 일본에 기대다가 나라를 잃었고, 해방 이후에도 오스트리아는 공산당까지 연합해 단일정부를 이룬 것과 달리 미·소에 휘둘려 분단됐다”면서 “역사 속에서 반성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좌산 종법사의 이번 대각개교절 법문 주제는 ‘자력과 타력’. 그는 “신앙인들이 자력(자주력을 기르는 것)과 타력(부처나 신을 믿는 것)중 어느 한쪽에만 매달리곤 하지만 자력과 타력은 수행자들에게도 서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서 “국가 정책에서도 자주적 의식을 확고부동하게 한 가운데 외교적 발판을 신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는 배움의 대상이고, 현재는 극복의 대상이며, 미래는 개척의 대상”이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문제의식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좌산 종법사의 최근 관심사는 ‘한·일 과거사’ 문제다. 그는 “일본인 망언을 했다고 흥분하면서도 정작 망언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느냐”며 “자신들의 국조이자 문화적 은인들을 얼마나 자주 침탈해왔는지를 상세히 정리해 국제무대와 일본인들, 그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산/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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