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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차세대 입담꾼’ 세상 참견 들어보오

등록 2008-05-02 20:12

〈봉섭이 가라사대〉
〈봉섭이 가라사대〉
〈봉섭이 가라사대〉
손홍규 지음/창비·9800원

2001년에 등단해 소설집 <사람의 신화>와 장편 <귀신의 시대>를 펴낸 젊은 소설가 손홍규(33)씨가 두 번째 소설집 <봉섭이 가라사대>를 묶어 냈다. ‘차세대 입담꾼’이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단편 열 편을 입심 좋게 펼쳐 놓았다. “응삼의 입가로 주르륵 멀건 타액이 흘러나오다가 후루룩 빨려들어갔다. 그러더니 그걸 다시 우걱우걱 씹어먹는 게 아닌가. 잠시 뒤 다시 토악질을 하듯 경련을 했고 목구멍을 넘어온 것들이 입속에 가득 찼는지 응삼의 두 볼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표제작에서 소를 몰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나갔던 주인공이 순경에게 등을 떠밀린 뒤의 행동을 묘사한 대목이다. 걸쭉한 침을 흘렸다가 다시 마시고 음식을 되새김질하는 소를 방불케 한다. 평생을 소와 더불어 살아온 소장수이자 소싸움꾼인 응삼은 외양간에 들어가 있으면 소와 잘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소를 닮은 인물이다. 그가 키우는 소를 팔아서 사업 밑천을 삼으려는 아들 봉섭이와 응삼이 사이의 갈등과 화해가 소설의 핵심이라 할 텐데, 작가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기보다는 소를 닮은 응삼이의 행동과 그를 보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기록하는 데에 더 재미를 느끼는 듯하다.

이런 면모는 소설집 전체에서 한결같이 엿보인다. 손홍규씨의 소설들은 중심을 향해 좁혀 가기보다는 주변을 배회하며 이것저것 참견하는 분산적인 특징을 보인다.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소설가 지망생 두 청년의 동거기 <매혹적인 결말>, 5·18 광주항쟁 때 계엄군에게 살해당한 아들의 복수를 평생 꿈꾸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둔 노인의 이야기인 <최후의 테러리스트>, 가난 속에 농사일에 매달리다 농약 중독으로 스러져 가는 아낙을 등장시킨 <푸른 괄호> 등에서도 작가의 이런 ‘이야기 충동’은 두드러진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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