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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엄마 없는 세상 어떻게 살까

등록 2008-06-27 19:46

〈천국으로 스매싱〉
〈천국으로 스매싱〉
〈천국으로 스매싱〉
페테르 발락 지음·김상열 옮김/상상공방·9800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하다. 데리러 나온다던 엄마가 늦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엄마나 아빠 중 한 명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 이런 불안한 상상을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끔은 엄마나 아빠 중 누가 죽으면 더 슬플까 공상도 한다.

테니스 선수 페더러를 가장 좋아하고, 커서 스포츠 해설가가 되는 것이 꿈인 열두 살 소년 욘에겐 이런 불안한 상상이 현실이 된다. 아침에 친척 할머니 장례식장에 갔던 엄마가 빙판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제 영영 엄마를 볼 수 없게 됐다. 전교에서 손꼽히는 테니스 선수지만 엄마가 뒤에서 보고 있으면 꼭 공이 제멋대로 날아가는 게 고민이었던 욘은 순식간에 어른이 되는 슬픔을 맛본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혼란을 책은 열두 살 욘의 눈으로 솔직하게 짚어 나간다. 아빠는 딴 사람이 됐고, 누나는 매일 울고 소리를 지른다. 밤이 되면 엄마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나지만, 동시에 이대로 계속 울면 기네스북에 실릴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한다. 얼마 전 엄마를 졸라 1099크로나(약 15만원)나 하는 하얀 테니스화를 산 욘은 엄마가 화낼까봐 사실은 치수가 작아 발이 아프단 말을 못했다. 그런데 왜 새 신을 신지 않으면 엄마를 배신한 듯한 기분이 드는 걸까?

국제적십자사가 “사별한 부모와 아이가 꼭 함께 보아야 할 작품”으로 선정한 이 작품은 세상을 뒤흔드는 막막한 슬픔 속에서도 일상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웃음과 울음이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웨덴의 희곡작가 페테르 발락은 자신이 열두 살 때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한 리얼리즘을 구축했다. 소설의 인기를 바탕으로 그가 직접 영화화한 <스니커즈>는 2007 뉴욕청소년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청소년뿐 아니라 소중한 이를 잃어본 어른, 그리고 잃을까 두려운 이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청소년.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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