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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신나게 드럼을 쳐봐, 네 삶의 박자에 맞춰

등록 2008-07-11 19:39

〈비트 키즈〉
〈비트 키즈〉
〈비트 키즈〉
가제노 우시오 지음ㆍ양억관 옮김/창비·8500원

“너는 리듬감이 있어!”

운동신경도 눈치도 꽝, 공부에도 취미가 없는 주인공 요코야마 에이지는 “어느날 갑자기” 교내 브라스 밴드부에 뽑힌다. 브라스 밴드의 단장 겸 지휘자이자, 악기점을 하는 부잣집 아들 간노 나나오가 에이지의 박자감각을 눈여겨본 것이다. 느릿한 사투리에, 항상 딴 세상에서 공상하는 듯 엉뚱한 말을 내뱉어 친구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어리바리한 에이지에게 리듬감이 있다니!

아름답지만 코스모스처럼 병약한 엄마, 경마와 경정에 돈을 날리는 못 말리는 아버지 때문에 실질적 가장 노릇을 하느라고 남들처럼 음악을 즐기기는커녕 시디 플레이어 트는 방법조차 몰랐던 에이지는 뜻밖에 드럼에서 불꽃놀이 같은 희열을 느낀다. 베이스 드럼이 두웅 하고 불꽃을 쏘아올리면, 검은 하늘에 불꽃들이 사방으로 피융 튀어나가는 듯 스네어 소리가 활짝 펼쳐진다. 불꽃이 멀리 퍼져 반짝반짝 떨어지듯 탐탐과 심벌즈가 화려하게 흔들리면, 하이햇이 불꽃 옆에서 눈부시게 하얀 번개를 튀긴다.

잘생긴데다 드럼은 물론 악기들을 고루 잘 다루며, 성적까지 전교 3등 안에 드는-대신 성격은 더러운- 나나오와도 뜻밖의 우정을 나눈다. 양자로 입적된 탓에 완벽하려고 스스로를 옥죄어 온 나나오와, 사고뭉치 아버지는 없는 셈치고 아르바이트와 집안살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온 에이지는 일찌감치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아픔을 신나는 드럼 소리로 두드린다.

“다이코(큰북)를 좋아하느냐”라고 묻자 “그게 누구야?”라고 대답했던 ‘4차원 소년’이 브라스 밴드에 들면서 찾아가는 인생의 박자는 젊은 날 심장 소리와도 닮았다. 실제로 젊은 시절 밴드 활동을 했던 지은이의 경험이 녹아 있어 음악은 단지 주인공들이 만나기 위한 계기가 아닌 삶의 이유로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1997년 출간돼 일본의 주요 청소년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2005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청소년.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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