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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마녀 혹은 다른 문명, 다른 세계와의 만남

등록 2008-08-22 18:59

〈다른 별에서 온 마녀〉
〈다른 별에서 온 마녀〉
〈다른 별에서 온 마녀〉
실비아 루이즈 엥달 글ㆍ김혜원 옮김/비룡소·1만1000원

해리 포터 이후 서점가엔 너무 많은 마녀들이 쏟아졌다. <다른 별에서 온 마녀> 역시 그 중 하나겠거니 으레 짐작하고 내려놓았다면 큰 착각이 될 것이다. 표지에 붙은 권위 있는 어린이 문학상인 뉴베리 명예상 은딱지가 말해주듯, 무협소설을 어린이용으로 바꿔놓은 듯한 최근의 판타지 아류작이 아니다. 출간부터 훨씬 일렀다. 1970년 출간돼 그 해 미국도서관협회 권장도서로 선정됐고, 이듬해 뉴베리상을 수상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등으로 우주 시대가 개막된 당시에 느닷없이 마녀에 대한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단지 ‘마녀’가 아니라 ‘마녀’가 표상하는 문명의 이야기인 까닭이었다.

우주 곳곳을 탐사할 만큼 발달한 문명에서 온 소녀 일래너는 아버지와 함께 초록별 ‘안드레시아’를 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일래너의 고향별은 우주여행 기술과 더불어 정신력과 염력까지 발달시킨 곳이다. 그곳의 ‘인류학국’에서는 여러 문명들을 탐사하는데, 방문한 행성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존재를 숨겨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때로 발달한 문명 가운데서도 다른 행성들을 침략해 식민지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봉건사회인 안드레시아는 바로 이런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파괴될 위기에 놓인다. 일래너와 그의 아버지는 이런 안드레시아를 몰래 돕고자, 용감한 소년 조린을 마법의 이름을 빌려 훈련시킨다.

때로는 미래를 다룬 과학소설이었다가 때로는 중세의 동화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드는 서술구조가 일품이다. 일래너와 함께 안드레시아의 산골 청년 조린, 기계 문명이 발달한 제국 탐험대의 인간미 넘치는 군의관 재럴 등 세 사람의 시점을 빌려 서로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1990년 피닉스 상을 수상하며 다시금 관심을 환기한 데 이어 2001년 미국에서 재출간된 이 책은 문명 간 만남에 대한 우화로도 읽힌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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