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이야기〉
■ 만화가 고우영의 ‘만화같은’ 삶 오롯이
〈고우영 이야기〉
인간군상에 대한 통찰과 인상적인 펜터치로 한 시대를 풍미한 국민 만화가 고우영 화백(1938~2005)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이 나왔다. <고우영 이야기>는 고우영의 생전 인터뷰를 비롯해 후배 만화가와 지인·가족의 증언,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종합해 고우영의 일대기와 작품세계를 생생하게 복원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 등을 거치며 풍비박산난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중학생 때부터 만화를 그린 작가는 “항상 열 명 넘게 부양하며 살았던 것 같다”고 고백한다. 60년대 거지를 그리면 안 되고 권투하는 모습은 두 장면 이상 그리면 안 되고, 집안에선 모자를 쓰고 있으면 안 되는 등 어처구니없는 ‘검열’에 시달리며 어린이 만화를 주로 그리다 1972년 <일간스포츠>에 성인극화를 그리면서 그의 만화인생은 일대 전환을 맞는다. <임꺽정> <수호지>에 대한 독자들의 열광은 2만부에 불과했던 신문 부수를 30만부로 올려놓았다. 인기는 <일지매> <삼국지> <열국지> <초한지> 등으로 8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고 <가루지기>를 직접 영화로 제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재미있는 대목은 그가 온갖 잡기의 달인이었다는 점이다. 낚시대를 들면 90㎝ 잉어를 건져 올리고 자동차를 탔다하면 리비아의 사막을 내달렸다는 무용담은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고우영 외 지음/씨네21북스·1만5000원.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 40살 사내와 96살 할배 ‘다스운 사랑’
〈뭐라, 내한테서 찔레꽃 냄새가 난다꼬〉
“니 담배 피우고 왔나 … 야야, 그런 거 피우지 마라. 나는 담배 끊은 지 올게로 한 칠십오 년 됐다.” 마흔 살 사내가 아흔여섯 할배와 나눈 ‘다스운 사랑’ 이야기가 사진서껀 책으로 나왔다. 소설가 공선옥씨는 이 기이하고도 가슴 졸이는 ‘연애담’ 열여덟 꼭지를 “찔레꽃 향기처럼 은은한 글”이라 일렀다. 글 쓰는 사진가 이지누씨가 가야산 자락 두메를 찾은 것은 1999년 가을부터 2002년 여름께. 이씨는 세상 파도에 쓸려 아릴 때마다 낙향하듯 그곳으로 갔다. 사철 찾는 이 없는 문상의 옹에게 이씨는 홍시 세 알을 새경 삼고 허드렛일을 도왔다. 왼손잡이 사과 깎듯 서툰 낫질로 무심히 나락 베고 볏단 쥐다가도, 문 옹의 촌철살인 지혜 한두 마디가 귀에 건네지면 지은이는 외길서 총각 만난 처녀처럼 어쩔 줄 몰라한다. 하냥이면 좋으련만, 2005년 마을에 드니 그이의 등짝 닮은 봉분만 두렷했다. “할배요, 잘 가이소. 좋은 데 가 계시마 나중에 또 찾아갈 끼구마.” 경북 성주군 수륜면 작은동(鵲隱洞) 마을, 경상도 사내들 말본새 강말라도 “사람이란 존재 자체로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이라는 진실이 곡진하다. 지난해 석 달간 이씨가 조선시대 선비들의 수양기인 잠(箴)·명(銘)을 읽고 마음에 새긴 <관독일기(觀讀日記)>도 함께 나왔다. /호미·1만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농민 나락으로 내모는 ‘농업 세계화’ 〈식량주권〉
이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이경해’라는 이름은 세계 농민운동사에서 기억될 만한 이름이다. 그는 2003년 9월10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5차 총회에 참석해 “농업은 세계무역기구 시스템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멕시코 농촌변화연구소 연구원 피터 로셋이 쓴 <식량주권>은 이경해 같은 평범한 농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농업 세계화’의 폐해와 이를 극복할 대안을 고민하는 책이다. 미국에서 몰려 온 값싼 옥수수 탓에 1990년부터 2003년까지 멕시코 국내시장에서 옥수수 평균가격은 50% 이상 폭락했고, 9000년 동안 옥수수 농사를 지어 온 멕시코인들은 농토에서 내몰려 도시의 값싼 노동자로 전락해야 했다. 지은이는 “가난의 악순환과 저임금, 이농현상, 환경파괴를 멈출 유일한 방법은 자유무역, 초대형 농장, ‘카길’ 같은 곡물 메이저로 대표되는 현재의 개발노선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안 구조를 비아 캄페시나와 같은 국제 농민조직들은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이란 용어로 부른다. 지은이는 이제 우리는 덜 익을 때 수확돼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식탁에 오르는 싸구려 토마토와 동물 사료용으로 재배된 유전자 변형 옥수수의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외친다. 김영배 옮김/시대의창·1만3500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일본군 ‘국공내전 참전’ 등 사건 짚어
〈동아시아를 만든 10가지 사건〉
<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은 일본 <아사히신문>이 한국·중국·일본·대만 4국을 아우르는 공통 근현대사 교과서 부교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연재한 기사를 묶은 책이다. 동아시아가 본격적으로 서구 충격을 경험했던 아편전쟁부터 중국 개혁·개방과 한국·대만의 민주화까지 10가지 핵심 사건을 짚었다.
열쇳말은 ‘교류와 연쇄’. 아편전쟁 뒤 중국에선 서구를 제대로 알자는 운동이 일어나면서 세계지리서 <해국도지>(海國圖志)가 나왔다. 해국도지는 일본까지 흘러들어갔고, 메이지유신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의 3·1운동은 5·4운동의 기폭제였다. 3·1운동을 전해들은 천두슈 등이 “중국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인민들에게 호소했다. 태평양전쟁 패전 뒤 잔류 일본군 상당수는 국공내전에 참전했다. 전범 처리에서 벗어나려는 일본군 간부가 중국 군벌과 거래를 했다든지 하는 등의 이유가 있었다. 이처럼 서로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동아시아의 역사는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고 말한다. 내셔널리즘만을 강조한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반은 서로 시각차가 크다는 것 또한 확인했다. 식민과 전쟁 같은 참상으로 얼룩졌던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쌓인 문제가 너무 많다. 백영서·김항 옮김/창비· 18000원.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뭐라, 내한테서 찔레꽃 냄새가 난다꼬〉
■ 농민 나락으로 내모는 ‘농업 세계화’ 〈식량주권〉
〈식량주권〉
〈동아시아를 만든 10가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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