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란 무엇인가〉
〈야구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페트 지음·이종남 옮김/황금가지·1만8000원 팬들이 막연히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 많은 야구 감독들은 같은 팀으로 이전과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어떤 이는 공연히 경기를 주무르다 오히려 팀을 망친다. 하지만, 위대한 감독은 다르다. 그들은 세 가지를 기억하고 있다. ①장기적으로 보면 행운과 불행은 상쇄된다 ②언제나 내일이 있다 ③모든 선수를 똑같이 만족시킬 순 없다. 야구 감독. 그들은 팀 성적을 얼마나 좌우할 수 있을까? “그건 감독마다 다르죠.” 60년차 야구기자 레너드 코페트는 1964년 뉴욕 양키스의 최고참 선수 빌 화이트의 말을 정답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실제로 감독이 하는 일에 대한 코페트의 평가는? “근심걱정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목구멍이 포도청이므로.” 레너드 코페트(1925~2003)의 야구입문서 <야구란 무엇인가>가 다시 나왔다. 미국의 무수한 야구 서적 중에서도 ‘명저 15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야구의 성서’로도 불린다. 코페트는 <뉴욕 타임스> <헤럴드 트리뷴> 등에서 60여년간 야구와 농구 전문기자로 활약했다. 이 사이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1952년)에 등장하는 조 디마지오(뉴욕 양키스)부터, 최근 신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배리 본즈까지 직접 취재한 미국프로야구(MLB)의 산 증인이다. 야구사와 농구사에 끼친 공헌으로 양쪽 명예의 전당에서 모두 상을 받은 최초의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그의 해박한 지식이 600쪽을 넘는 이 책에 넘칠 듯 담겼다. 타격, 피칭, 수비, 사인, 감독, 심판, 언론, 구단, 명예의 전당, 규칙 변천 등 야구의 모든 것이 있다. 초판이 나온 1967년엔 선수노조가 지금처럼 힘이 세지 않았고, 텔레비전 중계의 위력도 몰랐다. 이후 지명타자 제도, 인조잔디구장이 생겼다. 경기수도 162경기(종전 156경기)로 늘었다. 코페트는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야구만이 만고불변이라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1990년 개정판에선 책의 일부를 빼고, 일부는 크게 뜯어고쳐야 했다. 하지만, 책이 나온 지 40년이 넘도록 이 책이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야구 입문서라는 사실만큼은 변함없다.
국내에 1999년 첫 소개된 지 10년 만에 수정판이 나왔다. 25년간 <한국일보> <스포츠서울> 등에서 스포츠 기자로 활약한 이종남 한국야구발전연구원 초대 원장(2006년 작고)이 첫 번역을 해 더 애틋함이 묻어난다. 출간 당시 이광환 전 엘지(LG) 감독 등 국내 야구인들에게 “한국 야구가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났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코페트는 야구가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고 확신한다. 야구는 법칙이 아니라, 직관과 의지가 덧붙여져 살아움직인다고 했다. “통계는 앞일의 능률을 재는 대신 지난 일의 효능을 잰 부산물”이라며 단호하다. 코페트는 이 책을 야구라는 ‘예술’을 정교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쓴 책이라고 말했다. “안내서라면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야구라는 예술을 품평하는 대신, 이를 풀어주는 ‘도슨트’ 역할을 골랐다. 그의 안내가 시작된다. “자,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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