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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월 28일 잠깐독서

등록 2009-03-27 19:26수정 2009-03-27 19:27

〈이주헌의 아트 카페〉
〈이주헌의 아트 카페〉




■ 미술의 창문 통해 본 세상의 속살

<이주헌의 아트 카페>

<이주헌의 아트 카페>는 15년째 미술평론가로, ‘아트 스토리텔러’로 미술 이야기를 써 온 지은이가 그림으로 써내려간 수필집이다. 지은이는 “미술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글로 그린 나의 드로잉집”이라는 말로 자신의 책을 설명한다. 수필과 드로잉은 붓 가는 대로 편히 그리고 쓴다는 점에서, 삶과 세상에 대한 관찰과 통찰, 느낌을 날것 그대로 담는다는 점에서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전공하고 그리던 습관이 밴 글쟁이인 덕에 삶과 세상에 대한 상념이 수필보다는 드로잉의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지은이는 다양한 이미지를 끌어들여 삶에 대한 통찰과 함께 글에 녹인다. 고전 미술과 현대 미술, 서양의 미인도와 우리의 수묵담채화가 한데 어우러져 지은이 사색의 정점을 이룬다. 화가의 삶과 작품에 공감하고 공명하는 특별한 능력 덕분에 지은이의 사색과 화가의 그림은 빈틈없이 포개진다. 가령, 화가 박대성의 그림에 대한 그의 통찰은 독자를 단번에 화가의 삶과 그림의 한가운데에 자리매김한다. “한국전쟁 때 부모를 잃고 손 하나마저 잃어 자신으로서는 그림에 몰두하는 것 외에 다른 탈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하지만, 단순한 외골수가 되어서는 그 세월을 그렇게 풍성히 가꿔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림에 매진하면서도 세상과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통찰의 힘이 있었고,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믿는, 스스로의 기원에 대해 무한히 긍정하는 능력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이르렀을 것이다.”(134쪽) 이주헌 지음/생각의 나무·1만7000원.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
■ ‘비틀걸음’ 걷는 통계의 진실을 보라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세상의 3대 거짓말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를 꼽았다. 통계가 보여주는 세계는 단순 명쾌하고, 질서 정연하다. 인생은 예측 가능하며, 사물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우리는 통계가 예비한 통로를 따라 정해진 항로를 움직이는 호화 여행객이 된다. 미국의 물리학자 레너드 믈로디노프는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에서 통계와 인생에 관한 기존 관념을 재기발랄하게 뒤집는다. 지은이가 직접 겪은 실화 한 토막. 그는 몇해 전 받은 혈액 검사에서 에이즈(HIV)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에게 의사는 “오진이 나올 확률은 1천분의 1뿐”이라고 말했다. 결론은? 그는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금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미국 백인 남자 1만명 가운데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1만명 가운데 1명 꼴. 1만명이 혈액 검사를 받는다면, 10명은 오진을 받는다. 결국, 1만명으로 이뤄진 사회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11명 가운데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10명이나 된다. 지은이가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을 확률은 ‘1천분의 1’이 아닌 ‘11분의 10’이다. 지은이는 사회 현상에 대한 섣부른 예단은 독이라고 말한다. 사회는 술취한 사람의 ‘갈지’(之)자 걸음만큼이나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세계다. 기상청의 예보는 늘 빗나가고, 야구 경기의 대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과거의 실적에 기댄 펀드의 수익률은 곤두박질치기 일쑤다. 지은이는 “미래를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 말라”고 우리에게 조언한다. 이덕환 옮김/까치·1만5000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국문학 명비평〉
〈한국문학 명비평〉
■ 한국문학 100년을 이끈 명비평

<한국문학 명비평>

한 세기의 역사를 축적해 오고 있는 한국 현대문학의 주요 비평문을 한데 모은 선집이 나왔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회 경희대 국문과 교수가 엮은 <한국문학 명비평>이 그것이다. 1916년에 발표된 이광수의 ‘문학이란 하(何)오’에서부터 2004년에 발표된 최유찬 연세대 교수의 ‘컴퓨터 게임, 그 퍼포먼셜 내러티브’까지 49편이 묶였다. 박영희·임화·백철·조연현·김윤식·김현 등 스타 비평가들이 총출동한다. 여기에다가 이규보의 ‘시마(詩魔)를 몰아내는 글’을 비롯해 이이·허균·박지원 등의 고전 비평 아홉 편이 덧붙여졌다. 시기별 해설과 함께 각 비평문 말미에도 짧은 해제를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문학이란 하오’는 유교 이념이 지배하는 전통 사회의 교훈주의적 문학관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실체로서의 문학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선구적인 의미를 지닌다. “엉겅퀴와 가시나무 그리고 돌무덤이 있는 황료(荒蓼)한 지평 위에 우리는 섰다”로 시작하는 이어령의 ‘화전민 시대’(1957)는 기성 문단의 침체와 억압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대 문학의 선언으로 당시 지식인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풍자를 통해 현실의 억압을 넘어설 것을 제안한 김지하의 ‘풍자냐 자살이냐’(1970), 민족문학의 범위를 정하고 그 성격을 규정한 백낙청의 ‘민족문학 개념의 정립을 위하여’(1974), 그리고 백낙청이 주도한 민족문학론을 지식인 중심이라고 비판하며 노동자 계급 중심의 민족문학론을 주창한 김명인의 ‘지식인 문학의 위기와 새로운 민족문학의 구상’(1987) 등 화제의 평문들을 모았다. /문학의숲·2만9500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페이퍼로드 기행〉
〈페이퍼로드 기행〉
■ 비단길만큼 흥미진진한 ‘종이길’

<페이퍼로드 기행>

책은 때로 몸도 즐겁게 한다. 책장을 넘기는 촉감은 시원하고, 책장을 넘길 때 퍼지는 종이와 잉크 냄새는 고소하고 따뜻하다. 책장에서 10년쯤 묵은 책을 꺼내 열었을 때는 어떤가. 누렇게 변한 종이를 보노라면 알 수 없는 얕은 한숨이 입에서 새어나온다. <페이퍼로드 기행>은 책의 물질성도 좋아하면서 문명 교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눈길을 잡아끌 책이다. 종이의 탄생과 진화, 전파의 여로를 추적한 기록이 담겼다. 다큐멘터리 <한국의 나비>를 만들었던 지은이가 동서 문명교류의 원형인 ‘실크 로드’에 비견되는 ‘페이퍼 로드’를 탐문해 들어간 것이다. 이 책은 종이의 발명지인 중국 뤼양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서기 105년 채륜이 종이를 만들어 황제에게 바쳤다’는 종이 관련 인류 최초 기록이 추적의 단서다. 역시 문제는 종이의 서양 전래 대목이다. 751년 당나라와 이슬람이 충돌한 탈라스 전투를 통해 제지술은 서양으로 넘어갔으며 오랜 진통 끝에 서구는 제지술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대량생산 체제의 펄프 제지산업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기계화된 서양식 제지술은 19세기 후반 중국과 한반도로 역수입됐다. 2천년의 장구한 세월이 흘러 제지술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셈이다. 지은이는 이런 제지술이 전파되는 경로를 발로 쫓아갔다. 동서 전파로인 위구르에선 종이 명인을 찾았으며, 타슈켄트에선 세계 최고의 피 묻은 코란도 만났다. 터키의 보스포루스해협을 건너 제2의 종이 탄생지인 유럽과 미국까지 발길이 미친다. 편일평 지음/엠비시(MBC)프로덕션·1만8000원.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드림 위버〉
〈드림 위버〉
■ 과학수사대처럼 철학 사유하기

<드림 위버>

스탠퍼드대학 인체생물학 전공 4년생 잭 보웬의 삶은 어느 날 그가 대학 구내서점에서 우연히 <개인의 정체성>이란 제목의 ‘자아’에 관한 철학 에세이집 한 권을 뽑아든 순간 진로를 틀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피부세포만 1분에 3만개꼴로 교체되는 우리는 한 달 전의 그 우리인가? 정신은 따로 존재하는가, 뇌가 만든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드림 위버>(The Dream Weaver, 꿈을 짜는 사람)는 결국 철학 교수가 된 보웬이 가상적 잠재의식(꿈)의 세계를 매개로 철학적 사유들을 종횡무진 엮어 놓은 책이다. 열네 살 소년 이안이 지은이의 분신인 노인의 도발적인 유도로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일종의 범죄현장 조사”처럼 철학 문제들을 놓고 부모, 친구들과 토론하는 논쟁적 대화체 형식의 이 책은 지식에서부터 ‘근친상간은 비도덕적일까’를 묻는 윤리·도덕에 이르는 서양철학 주요 논점들을 13개 분야로 나눠 훑는다. 소설 읽듯 쉽게 흥미진진하게 철학적 사유의 기본기를 마스터하도록 짠 구성이 기발하다. 보웬은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나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 데카르트의 <방법 서설>이나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보다 더 강렬하고 절실한 철학적 사유의 교육장이 될 수 있다.” 감수자인 철학자 박이문 교수는 “철학적 소설인 동시에 소설 형식을 갖춘 철학 교양서”인 <드림 위버>를 요슈타인 가더의 <소피의 세계>와 비교했다. 쉬운 대답보다 ‘생각하는 방법’을 천착하는 <드림 위버> 쪽이 더 성숙하고 철학적이란다. 하정임 옮김/다른·3만2000원.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네루 평전〉
〈네루 평전〉
■ 인도 ‘네루의 꿈’ 아직도 현재진행형

<네루 평전>

인도. 한국인들에게는 ‘종교·명상·카스트의 나라’다. 하지만 국제정치의 영역에서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 불린다. 두 인식 사이의 골은 깊고 넓다. 이를 메우려면 인도의 첫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 그는 간디와 함께 ‘현대 인도’를 빚어낸 두 창조자이기 때문이다. <네루 평전>(원제 Nehru-The Invention of India)의 지은이는 말한다. “네루가 인도에 끼친 영향은 너무 커서 주기적으로 재점검해 봐야 할 정도다. 오늘의 인도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두 네루라는 한 사람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

왜 그런가? 인도라는 거대한 집을 오래도록 떠받쳐온 네 개의 기둥, 곧 ‘민주주의 제도+세속주의+사회주의 경제+비동맹 외교’를 세운 이가 바로 네루라는 게 지은이의 평가다. ‘카스트의 나라’ 인도가 오늘날 국제정치 무대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도 ‘다원적 민주 국가’로 불릴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것이다. 네루는 최상층 힌두 브라만 계급 출신이었지만 농민과 일체감을 느꼈고, 종교를 중시하는 종파주의는 극단적으로 멀리했다. 영국의 식민지배에 맞서다 9번 체포되고 10년을 감옥에서 지냈다. 격정적이고 급진적인 성품이었지만, 인종과 언어가 복잡한 인도의 통합을 위해 필요한 중도적 리더십을 지향했다. 네루는 이렇게 ‘자기’를 눅이며 무엇을 꿈꿨을까? “바라건대,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4억의 인민입니다.” 네루의 꿈은 아직 현실이 아니다. 네루 사후 인도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그래도 인도의 지식인들은 ‘네루’를 쉼 없이 재검토한다. 샤시 타루르 지음·이석태 옮김/탐구사·1만5000원.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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