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각종 새 총리원장 회정 대정사
불교 종단이지만 출가자(승려)가 없는 곳이 진각종이다. 재가 종단인 셈이다. 진각종은 1947년 회당 손규상 대종사(1902~1963)가 밀교를 표방하고 창종해 전국에 120여개 심인당(법당)을 갖춘 불교 4대 종단의 하나로 성장했다.
진각종을 앞으로 4년 간 이끌 통리원장 취임식이 20일 오후 2시 조계종 법장 총무원장과 이명박 서울시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통리원에서 열린다. 취임을 이틀 앞둔 새 통리원장 회정 대정사(54)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종조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먼저 밝혔다. 그 동안 ‘(포교를 위한) 성장 논리’에 의해 도입이 검토되던 법당 안 불상 설치와 출가 제도 도입을 백지화하겠다는 뜻이다.
진각종은 법당에 불상이 없고 출가자가 없다는 점에서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등 다른 종단과 다르다. 법신불(형상이 아닌 깨달음의 세계) 자성(자신의 성품)을 밝히는 진언인 옴마니밧메훔 6자를 불상 대신 모시며, 심인당에서 교화는 재가자 가운데 양성된 정사(남자 교화자)와 전수(여자 교화자) 부부가 담당한다. 그러나 타력 신앙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불상 없이 포교하기가 어렵고, 전문적인 수행과 성직자의 위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출가자 도입이 검토돼 왔다.
회정 대정사는 “무상(형상에 집착하지 않는) 진리의 불교인 진각종에 불상을 두는 것은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그러나 장례 처소 등 신앙의 대상이 아닌 곳엔 불상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삭발 염의(머리를 깎고 승복을 갖춰 입는 것)만이 출가가 아니라, 마음으로 출가하는 것이 진정한 출가”라며 출가자 도입 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대신 종합대인 경주 위덕대를 비롯해 25개의 복지시설과 40여개 어린이집 등에서 우리의 마음이 불보살의 마음과 하나 되는 교화에 더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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