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만나〉·〈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서울대서 인기폭발 ‘말하기’ 강의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언, 책으로
“두려우면 스몰토크로 시작하세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언, 책으로
“두려우면 스몰토크로 시작하세요”
〈일단 만나〉
수전 로앤 지음·김무겸 옮김/지식노마드·1만3000원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유정아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바야흐로 ‘소통’이 필요한 시대다. 소통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말하고 듣는 기본적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소통 부재의 시대’에 ‘말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 두 권 나왔다. <일단 만나> 그리고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다. <일단 만나>의 글쓴이로,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수전 로앤은 “앞으로 주목받게 될 인재는 전문 지식과 기술뿐만 아니라 대면접촉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확언한다. 엠비에이 출신을 고용하는 4125명의 고용주들을 대상으로 한 2006년 9월20일치 <월스트리트 저널>의 설문조사에서 인재를 뽑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이 ‘대인관계’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었다고 책에 밝히고 있다. 서울대에서 최초로 ‘말하기 강의’가 등장하고, 5년째 인기 강의로 자리잡은 것도 이러한 ‘말하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반영한다. 2004년 처음 등장한 서울대 ‘말하기’ 강좌는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10초 안에 강의 자리가 꽉 차는 인기를 누렸고, 그 결과물이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다.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수줍음’이야말로 말하기를 어렵게 만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수전 로앤은 탁월한 대화능력을 가진 사람 100명 가운데 75명이 스스로를 수줍음 타는 성격으로 여기고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타인의 시선에 크게 신경을 쓰는 우리나라의 경우, 타인과 말하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부터 갖는 게 먼저다. 소통에 앞서 ‘자아와의 소통’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하고 듣기, 잘하고 계신가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자기 인식은 여러 가지 형태로 구축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같은 이들의 칭찬이나 비난을 통해 자기 정체성이 세워지기도 하고,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과 비교해 자아정체감을 구분하기도 한다. 유정아 교수는 “자신의 모습과 사회가 바라는 모습이 달라보일 것 같을 때는 일종의 ‘심리적 화장’을 하는데, 이럴수록 관계에 허울이 쌓인다”고 말한다. 실제보다 더 행복하거나 화난 것처럼, 혹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화장하다 보니 관계에 거짓이 쌓인다는 것이다.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는 자신을 평가하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그래서 말하기 강의에서는 다른 사람과 말하는 것이 편하지 않다면 내가 누구인지부터 자유롭게 써보게 한다고 한다. 건강한 자기개념을 갖고, 또 먼저 자신을 어느 정도 드러내야만 소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도 찾았다면,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말할 것인가다. <일단 만나>는 ‘스몰토크’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스몰토크란 작고 사소한 얘기부터 나누는 것을 말한다. 일과 삶은 우리가 대화를 편안하게 느끼고, 더 나아가 상대를 편하게 대하는 법을 알 때 순조롭게 돌아간다. 이때 관건이 되는 것이 스몰토크다. “저 음식은 정말 맛있어 보이는데요.” “어휴, 눈 때문에 차가 많이 막혔어요. 하마터면 늦을 뻔했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도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게끔 물꼬를 트는 것이다. 타인과 관계맺음의 시작인 ‘스몰토크’는 관계를 유지하는 윤활유이기도 하다. 청중을 비판자가 아니라 수용자로 여기고, 저 사람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 생각하기보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는지에 집중한다면 대화에 대한 불안감은 훨씬 덜해질 것이다. “오히려 수줍음을 타는 사람들이야말로, 상대의 말에 집중하고 공감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데서는 대면접촉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잘할 수 있는 소질이 있는 사람”(<일단 만나>)일 수도 있다. 두 책 모두 자연스럽게 대화 전환하는 법, 토론·연설 등 상황에 따른 분야별 말하기와 같이 실전을 염두에 둔 내용이 이어지지만,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말하기가 ‘듣기’를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말하기는 듣기의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듣기를 포함한 폭넓은 개념으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말하기의 완성은 듣기”라는 유 교수의 지적처럼, 말하기는 듣기와 이어진다. 말하기에 앞서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았다면, 말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또한 듣는 상대의 처지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말은 ‘설화’로 다가온다. 정부가 4대강을 홍보하겠다며 ‘대한늬우스’를 “복고풍 코믹”으로 ‘차용’한 일방적 광고를 냈다가 사람들의 반발을 산 것도, 듣기의 부재 그리고 “나의 언어와 상대의 언어 사이의 간극” 때문 아닐까.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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